[증권]메릴린치, FRB 금리인하 전망…빠르면 12월 이후 1~2차례

  • 입력 2000년 10월 30일 12시 08분


3/4분기 미국 경제성장률(GDP)이 2.7%로 당초 예상보다 훨씬 낮은 것을 놓고 경제 전문가들사이에 이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메릴린치 증권이 연내 금리인하를 전망해 주목되고 있다.

29일(현지시각) 메릴린치의 영향력있는 경제분석가인 브루스 스타인버그는 보고서를 통해 "3%대의 GDP 성장률을 유도하기 위해 연준리(FRB)가 조만간 금리인하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같이 전망하며 이 경우 "미국증시를 비롯한 세계주가가 본격적인 상승세로 전환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시화된 미국의 경제성장률 둔화는 이미 미국증시에 대형 호재가 됐다. 3/4분기 GDP 성장률이 발표된 27일 다우지수가 무려 210포인트나 급등한 것. 나스닥과 S&P500지수 역시 상승세로 주말장을 마감했다.

이 보고서는 증시가 GDP 성장률 둔화 뉴스를 반기는 것은 '경착륙(hard landing)'을 사전에 막기위해 기존의 통화긴축정책을 수정, 금리인하 등 완화정책으로 선회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증시가 경제성장률 둔화를 환호하는 것도 이같은 부진한 성장세가 당분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데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무엇보다 기업투자가 3/4분기 중 전분기의 절반에 불과한 8.5% 증가에 그치는 등 급감하고 있다는 점을 보고서는 주목했다. 기업투자는 지난 10년간 미국경제 선장의 견인차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기하강을 점칠 수 있는 대목이다.

따라서 경기과열을 차단하기 위해 작년 6월30일 이후 6차례나 금리를 올렸던 FRB가 이제는 경착륙할 지도 모르는 경제를 부양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졌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보고서는 이와함께 지난 98년 10월 상황을 상기시키면서 그해 8월에 발생한 러시아의 디폴트선언으로 세계경제가 자칫 침몰위기에 직면하자 FRB가 10월 이후 잇따라 금리를 인하, 세계경제와 증시를 구출해낸 사례를 들었다.

보고서가 금리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이유는 또다른 이유는 인플레의 주요 척도인 GDP디플레이터(경상GDP/기준연도의 불변GDP)가 급속히 낮아지는 점이다. 3/4분기 GDP디플레이터는 2.0%로 전분기의 2.4%보다 크게 낮아져 FRB가 긴축정책을 완화쪽으로 수정하는 부담을 크게 덜어주고 있다.

GDP디플레이터와 함께 FRB가 중시하는 지수는 기업의 노동비용증가 동향. 3/4분기의 노동비용지수(ECI) 역시 0.9%로 작년 1/4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보고서는 민간소비증가율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어서 FRB가 다음달 15일의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당장 금리를 끌어내리기는 부담스럽다면서 "빠르면 12월 이후 1∼2차례 금리인하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방형국<동아닷컴 기자>bigjo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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