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Digital]고속철로비 호기춘씨 남편 까리유씨 회견

  • 입력 2000년 10월 19일 19시 17분


경부고속철 차량선정 로비의혹사건이 불거진지 6개월. 이 사건의 한쪽 당사자인 프랑스 알스톰사는 그동안 철저히 침묵을 지켜왔다.

이 사건 이후 외부와의 접촉을 일절 피하고 있던 알스톰사 한국지사장 앙브르와즈 까리유(62·프랑스인). 그는 최근 본보와 처음으로 인터뷰를 갖고 로비의혹사건의 전말과 부인 호기춘(扈基瑃·51)씨, 그리고 한국과의 인연 등에 대해 털어놓았다. 호씨는 이 사건으로 구속돼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가 19일 보석으로 풀려났다.

―한국 검찰은 알스톰사가 로비스트 최만석씨에게 1100만 달러라는 거액을 주고 한국 정부에 로비를 시도했다고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진상이 무엇인가.

“대형 공사나 납품을 앞두고 세계적인 대기업들이 로비를 벌이는 것은 국제적인 관행이다. 우리는 정상적인 논의와 판단을 거쳐 최씨를 에이전트(대리인)로 정식 고용해 우리 회사 차량이 선정되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또 국제 관행에 따라 총 수주금액의 1%를 그에게 에이전트 피(Agent Fee), 즉 활동비와 사례비 등으로 지급했다. 최씨에게 준 돈은 비자금이 아니었으며 회사 장부에도 공식 회계처리됐다.”

―수사결과 그 돈중 일부가 정치인들에게 뇌물로 제공된 것으로 드러났는데.

“대답하기가 쉽지 않은 미묘한 문제다. 다만 검찰 수사가 한창 진행될 당시 르몽드 등 프랑스의 유력 언론들은 ‘(검찰수사는) 한국의 특수한 정치적 상황에 따라 불거진 것’이라고 보도했다.”

―부인이 그 돈 가운데 일부를 나눠가졌고 그 때문에 구속됐는데.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나는 그런 사정을 몰랐다. 나는 당시 갓 결혼한 아내로부터 사후에 그런 얘기를 들었는데 내가 왈가왈부하기에는 애매한 문제였다. 부부의 개념이 다른 한국 사람들은 쉽게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사실 그 후에도 나는 그 돈이 어디에 쓰이는지에 대해 거의 관여하지 않았다.” 그는 “아내가 열악한 환경에서 정신적 충격을 받거나 실의에 빠지지 않도록 용기를 주기 위해서 6개월 동안 매일 안양구치소로 면회를 다녔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절반은 한국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구치소의 1평 남짓한 조그만 방에서 아내가 다른 7명의 재소자와 함께 생활하는 것을 보았다”며 “프랑스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한국의 교정행정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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