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예금 대부분 5000만원 이상" 종금사 비상

  • 입력 2000년 10월 18일 18시 44분


예금 부분보장제 시행을 앞두고 금융기관들이 본격적으로 예금 유치경쟁에 나섰다.

은행권에서는 ‘안전’을 부각시킨 상품이 이미 봇물을 이루고 있고, 종금사 상호신용금고 등 2금융권도 예금자 이탈을 막기 위해 혈안이 돼있다. 금융계는 줄잡아 수십조원의 시중자금이 이동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 상품〓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국공채를 고객들에게 통장에 찍어 판 뒤 일정기간이 지나면 이자를 붙여 되사는 환매조건부채권(RP) 상품이 주종이다.

국채나 정부보증채 통화안정증권 등 채무불이행 위험이 없는 채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예금자보호 대상은 아니지만 원리금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물론 해당 금융기관이 파산하고 채권만기가 돌아오지 않은 경우 한동안 돈을 찾을 수 없는 위험은 각오해야 한다.

한빛은행이 4월초 선보인 ‘한빛 세이프 RP’가 효시. 91일이상 1년이내에서 하루단위로 가입기간을 정할 수 있다. 최소 가입금액은 1000만원으로 지금까지 판매실적은 3700억원.

조흥은행은 지난달 18일부터 500만원 이상을 맡길 수 있는 ‘CHB 국공채 RP’를 팔고 있고, 제일은행과 신한은행도 최근 ‘제일 안전예금’ 및 ‘신한 안전채권’을 내놓는 등 비슷한 상품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평화은행은 하나의 통장으로 총 20계좌까지 거래할 수 있는 ‘우리가족통장’을 판매하고 있다. 한꺼번에 목돈을 맡겨도 여러개의 명의만 확보하면 분산예치가 가능해 자동적으로 예금보장한도가 높아지는 구조. 1인당 가입한도를 2000만원으로 정했지만 곧 5000만원으로 상향조정할 예정. 이렇게 되면 최대 10억원까지 보장되는 효과가 있다.

은행들은 이밖에 특정금전신탁 신개인연금신탁 신노후연금신탁 등도 적절히 활용하면 예금 부분보장제 시행 후에도 얼마든지 원리금을 보장받을 수 있는 상품이라고 적극 홍보에 나섰다.

▽제2금융권 부산한 움직임〓8월말 기준으로 5000만원 이상 예금이 전체의 57%에 이르는 상호신용금고 업계는 보장한도 2000만원에 대비해 내놓은 상품들의 내용을 바꾸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원금 1800만원에 11.11%의 이자를 더해 1년뒤 2000만원을 찾아갈 수 있는 ‘1248 정기예금’을 올 2월 선보인 현대스위스금고는 같은 금리로 원리금 합계를 5000만원으로 상향조정한 ‘1248플러스’를 조만간 내놓을 예정.

최근 1800만원 이상 고객에게 연 11.1%의 금리를 주는 ‘드림 정기예금 Ⅱ’를 판매한 동방금고도 가입한도를 상향조정할 것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예금액의 대부분이 5000만원 이상인 종금사들은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워낙 거액예금이 많아 이렇다 할 상품을 내놓아서는 이들을 잡아둘 수 없는 입장.

동양종금 관계자는 “자금이탈에 대비, 보유자산 매각 등으로 유동성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큰 손’에 대해서는 ‘밀착 마케팅’을 강화하는 한편 소액예금 유치를 위해 인터넷 마케팅에도 주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5000만원을 넘는 부분에 대해 민간 차원에서 보장해주는 상품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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