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전스타]나경민, 불운털고 금빛웃음

  • 입력 2000년 10월 15일 20시 48분


배드민턴 여자 간판스타 나경민(24·대교눈높이)이 모처럼 활짝 웃었다.

시드니올림픽 혼합복식과 여자복식에 출전했던 나경민은 14일 열린 전국체전 배드민턴 개인 단식에서 우승했다. 확실한 올림픽 금메달 후보로 꼽혔던 그는 우승은커녕 노메달에 그치면서 그동안 충격과 허탈감에 시달렸다. 조금만 무리를 하면 탈장이 일어나 견딜 수 없는 통증에 시달려 압박붕대까지 두르고 출전하는 투혼을 발휘했지만 모든 노력이 허사로 돌아간 것.

귀국 후 대표팀에서 물러날 결심까지 하며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쉬기만 하던 그는 주위의 만류를 무릅쓰고 체전에 출전했다. 팀 관계자들조차 컨디션도 나쁜 그가 행여 더 큰 상처를 받을까봐 체전을 건너뛰라고 충고할 정도였으나 고집을 돌릴 수는 없었다.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듯 새롭게 각오를 다졌던 것.

대회 개막을 며칠 앞두고 겨우 몸을 풀기 시작한 나경민은 체전에서 승승장구했고 결승에서는 시드니올림픽 단식 대표였던 이경원(삼성전기)마저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나경민의 ‘본업’은 단식. 한때 세계랭킹 2위까지 올랐던 그는 96애틀랜타올림픽을 앞두고 95년 복식으로 전환했다.

1년에 어쩌다 한두 번 단식에 출전하는 정도였지만 여전히 국내 최강의 기량을 입증한 셈. 이번 대회를 계기로 다시 옛 ‘텃밭’인 단식 전문으로 돌아갈 생각. 나경민은 “또 실패하면 어쩌나 싶어 부담스러웠다”며 “올림픽 불운을 털어 내고 새 출발하는 데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기뻐했다.

<부산〓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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