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한국전 참가 터키 노병 알트네르씨

  • 입력 2000년 10월 15일 19시 08분


“50년 만에 다시 밟은 한국 땅을 보며 전쟁 당시 흘렸던 피와 땀이 헛되지 않았다는 보람을 느꼈습니다.”

14일 한국―터키 친선협회가 주최한 ‘터키 노병을 위한 감사의 밤’에 참가한 알트네르 하즈(77)는 “50년 전 전쟁으로 잿더미가 됐던 한국이 이처럼 눈부신 발전을 이룬 것이 기적만 같다”고 말했다.

터키는 1950년 1개 여단을 파견했다. 당시 터키군의 일원으로 한국전쟁에 참가했던 알트네르씨는 부산항을 통해 처음 한국 땅을 밟은 뒤 두만강 전선까지의 북진과 ‘중공군’의 공세로 1951년 ‘1·4후퇴’를 하기까지 매일 삶과 죽음을 넘나들었다고 회고했다.

알트네르씨는 북진 도중 함경북도에서 이름 모를 다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인민군 및 중공군과 벌였던 전투를 잊지 못했다. 12시간 동안 계속된 전투에서 다리를 지키던 터키군이 전멸하다시피 했고 알트네르씨는 총알 14발을 어깨와 팔에 맞은 채 살아 남았다.

그는 “당시 전투로 왼쪽 팔을 잃었지만 내 가슴에는 한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켜냈다는 긍지와 자부심이 살아있다”며 웃었다. 알트네르씨의 남다른 한국 사랑은 아들 이름을 ‘꼬레’(터키어로 한국)라고 지은 데서도 엿볼 수 있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이젠 한국의 통일을 보는 것이 마지막 소원”이라고 말했다.

<하태원기자>scoo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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