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이규민]책임 좀 나눠서 지세요

  • 입력 2000년 10월 13일 22시 40분


서울 서초동 법원가에 이혼소송이 범람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설마했는데 사실이었다. 어떤 법률사무소는 유명인사 여섯쌍의 이혼소송을 동시에 취급하고 있었다. 3,40년을 해로한 부부에 이름을 대면 누구나 알만한 전직 대기업 사장이나 금융기관 임원들이 많다는 얘기다. 사회적으로 안정되고 풍요로운 시절을 보냈음직한 사람들이 그 나이에 이혼길로 나서야 하는 절박한 이유는 무엇인가.

환란직후 잠시 붐을 이뤘다가 요즘 또 이혼이 유행하고 있는 것은 부실기업, 부실금융기관의 전현직 임원들에 대해 정부가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나서면서 부터라고 한다. 특징은 하나같이 흔쾌히 이혼도장을 찍고 재산을 송두리째 부인쪽에 넘기면서도 서로 다툼이 없다고 한다. 그냥 서류상으로만 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질타받아 마땅할 것 같은 위장 이혼희망자 중 한 사람을 우연히 만나 저간의 사연을 들어보니 생각했던 것과는 이야기가 영 달랐다. 진짜 책임져야할 사람은 따로 있다. 억울하게 당하더라도 재산만은 지켜야 겠다 . 그는 당당하게 저간의 사정을 설명했다. 부실채권을 발생시켰다는 이유로 금융기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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