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빛과 그늘]사랑따라 LA에 온 리사

  • 입력 2000년 10월 12일 18시 51분


리사 프래그너(30)는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20세기 폭스사 소속의 서치라이트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 때 뉴욕에서 온 한 남자를 만났다. 그녀 또래의 재즈 피아니스트였다.

프래그너씨는 부모님을 일찍 여의었기 때문에 가정을 갖는 것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로스앤젤레스의 남자들은 너무나 일에 몰두하고 있어서 가정을 갖는 것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녀는 뉴욕에서 온 이 남자가 바로 자신이 원하던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프래그너씨는 애인과 함께 있기 위해 뉴욕으로 이사할 생각임을 직장에 알렸다. 만약 뉴욕에 서치라이트의 일자리가 없다면 그녀는 사랑을 위해 직장을 포기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다행히도 뉴욕 사무실에 자리가 하나 비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녀의 애인이 살고 있던 아파트의 크기는 그녀가 로스앤젤레스에서 살고 있던 집의 10분의 1에 불과했다. 그리고 침실에는 그랜드 피아노가 버티고 있었다. 두 사람은 피아노 밑에서 잠을 잤다.

그녀의 뉴욕 생활은 처음에는 마치 영화처럼 행복했다. 하지만 그녀의 애인은 생계를 위해 낮에는 호텔에서 일하고 밤에는 집에서 5, 6시간씩 피아노연습을 해야 했기 때문에 그녀와 시간을 맞춰 밖에서 데이트를 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그녀 역시 매주 30∼40편의 영화대본을 읽어야 했으므로 그녀는 결국 자신이 다니는 헬스클럽의 소파에 앉아서 일을 했다.

프래그너씨의 애인은 첫 CD를 낼 계획이 잡히면서 CD 홍보용 콘서트 준비로 더욱 바빠졌다. 두 사람의 대화가 점점 줄어들었다.

애인의 콘서트가 끝난 후 프래그너씨는 다른 아파트를 구해야겠다고 결정했다. 그리고 얼마 후 애인의 빡빡한 스케줄에 맞춰 그를 쫓아다니는 데 지쳐버린 그녀는 애인과 함께 잠시 서로를 만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녀는 분노와 슬픔 사이를 오가고 있었다.

그런데 사무실에 새로 부임한 상사가 그녀에게 영화대본만 보지 말고 뉴욕에 살고 있는 예술가들과도 활발한 교류를 하라고 지시했다. 몇 달 후 그녀는 이 도시의 로맨스가 자신의 연애관계의 경계선을 훨씬 넘어선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애인과의 사이에 그런 일이 있었어도 뉴욕에 계속 머물기로 결정했다. 어쩌면 그것은 프래그너씨 자신이 정말 뉴욕사람이 되었음을 깨달은 달콤하고 씁쓸한 순간이었다.

(http://www.nytimes.com/library/magazine/home/20000917mag―wolf.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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