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연기금' 증시 보약될까?

  • 입력 2000년 10월 11일 18시 36분


정부가 빈사상태에 빠진 증시를 살리기 위해 최후의 보루 인 연기금 동원이란 새 카드를 들고 나왔다.

외국인은 미국증시와 반도체경기 불안으로 연일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장주를 팔아치우고 있지만 기관과 개인들은 이를 받아낼만한 여력이 없다. 따라서 수십조원의 여유자금을 가진 연기금을 동원해 시장의 받침대 역할을 맡기겠다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다.

그러나 시장상황이 좋지 않을 때 억지로 연기금을 동원하는 것은 오히려 시장의 체력을 더 악화시킬 수 있고 기금손실폭을 크게 만드는 부작용이 있다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얼마나 동원할 수 있나〓기획예산처에 따르면 99년 실적기준으로 정부가 운용하는 43개 기금의 총운용규모는 196조8000억원에 달한다. 이들은 대부분 안정성을 고려해 은행 정기예금이나 국공채 우량기업 회사채 등에 자금을 운용하고 있으며 주식은 총자산의 2∼3%에 불과하다.

총기금중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여유자금은 올해 26조8520억원, 내년에는 38조3930억원이다. 기타기금까지 합치면 올해 여력은 30조∼40조원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금이 올해 기금운용계획에서 배정한 주식투자한도가 이미 소진됐다.

가장 규모가 큰 국민연금관리공단은 올해 6200억원을 배정했는데 이미 다 사용했기 때문에 추가투자를 하려면 기금운용계획을 수정해야 한다.

▽시장은 안전판을 원한다〓증시의 안전판 역할은 기관투자자 몫이다. 그런데 투신사를 비롯한 대형 기관투자자들은 주가폭락으로 고객들의 환매요구에 시달리며 오히려 주식을 팔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9월 발표자료에 따르면 미국 연금의 주식투자비중은 54.8%나 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99년기준 1.79%에 불과하다. 이처럼 미국의 연기금은 장기투자를 기본으로 증시침체기에는 사고 활황기에는 팔아 시장조정자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

마이다스에셋 박광수 이사는 연기금 자금이 들어와 안전판 역할을 해준다면 투자심리가 크게 호전될 것 이라며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주가가 저평가상태여서 지금 매수해 장기보유한다면 수익률이 높게 나올 것 이라고 말했다.

▽반론도 많다〓연기금의 반응은 담당하다. 국민연금관리공단관계자는 기금운용위원회의 과반수가 노총 참여연대 시민연대 등 가입자 대표로 돼 있다 며 지금처럼 평가손이 난 상황에서 주식투자를 늘리기는 어려운 상황 이라고 말했다.

또 증시침체기의 연기금 동원은 자칫 기금의 엄청난 부실화를 초래할 수 있어 최악의 경우 세금으로 부족분을 메워야 하는 상황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펀드매니저들이 손실이 났을 경우 감사원 문책을 받을 것을 우려해 투자위원회 등을 구성, 공동으로 책임질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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