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빛과 그늘]뉴욕살이 첫해

  • 입력 2000년 10월 10일 19시 11분


캘리포니아의 샌타모니카에서 1년 전에 뉴욕으로 이사온 질레스피가의 3남매는 워싱턴 하이츠에 있는 자신들의 아파트에서 자신들이 애완용으로 기르고 있는 파충류들을 보여주었다. 나딘양(15)은 도마뱀들을 기르고 있었고, 조양(8)은 뱀 두 마리를 자랑스럽게 내보였으며, 맥스군(12)은 인디라는 이름의 타란툴라 거미를 소개했다.

맥스군은 “캘리포니아에서는 인디를 안아줄 수 있었는데, 이곳으로 이사온 후 인디의 태도가 변했어요. 그는 진짜 뉴욕 풍을 닮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의 말을 증명하기 위해 그는 인디의 몸 위에서 막대기를 위협적으로 흔들었다. 물론 인디는 사납게 고개를 쳐들고 두 개의 검은색 이빨을 드러냈다.

그 때 어린 조양이 맥스군에게 말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에 있을 때는 오빠가 인디에게 더 부드럽게 대했잖아.”

나딘양도 동의했다. “그래, 정말 뉴욕 풍을 닮아가고 있는 건 너야.”

사실 질레스피가의 3남매 중에서 뉴욕에 온 후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이 바로 맥스군이다. 학교에서 이런 저런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맥스군은 여기에 굴하지 않고 뉴욕 아이들이 즐겨하는 머리 모양과 옷을 갖춤으로써 적응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성적표가 나오던 날 그는 과학에서 96점을 받았다는 이유로 다른 아이들에게 매를 맞았다.

맥스군의 두 누이들도 이곳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아이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마음놓고 떠들면서 놀 곳이 없다는 점이다. 워싱턴 하이츠에는 주로 나이 든 여성들과 도미니카 출신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이들은 아이들에게 조용하게 굴 것을 요구한다. 게다가 야구를 할 수 있는 장소도 제한돼 있고, 나무에 올라가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다.

나딘양은 “부모님이 이사를 하기 전에 이곳이 어떤 곳인지 우리에게 먼저 보여주었다면 좋았을 것”이라며 “아이들에게는 캘리포니아가 훨씬 낫지만, 이제 그곳으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뉴욕에도 나름대로 좋은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나딘양은 길거리에서 스페인어로 얘기하는 흑인들을 처음 보고 깜짝 놀랐고, 조양은 이곳에 와서 눈을 처음 보았다.

또 이곳의 학교가 훨씬 더 좋다는 점에 대해서는 가족들이 모두 동의하고 있다. 나딘양은 “이곳의 학교에 1년간 다니면서 캘리포니아에서 4년간 배웠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library/magazine/home/20000917mag―morri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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