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전략] 삼성전자 연중최저치…증시에 부담

  • 입력 2000년 10월 9일 16시 52분


삼성전자가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집중되면서 종가 기준으로 18만원대의 연중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첨단기업들의 실적악화 예상이 팽배한 가운데 외국인들이 헤지차원에서 매도한 것으로 파악돼 향후 삼성전자의 추가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해외악재와 외국인들의 보유비중 축소로 더 하락할 경우 반등기조를 보였던 국내 증시는 물론 선물시장에도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9일 거래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미국의 나스닥 하락 영향으로 지난 금요일 종가(19만5000원)보다 낮은 19만1000원에 출발한 뒤 장중 18만4000원까지 하락한 가운데 5.38% 하락한 18만4500원에 마감했다.

이날 종가는 지난 9월22일 기록한 19만원의 종가 연중최저치를 다시 깬 것이다.

미국시장에서 기술주의 실적악화 우려로 나스닥지수가 폭락한 것이 외국인들의 매도세를 유발,삼성전자를 연중최저치 수준으로 하락시켰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지난 6일 전일비 3.2% 폭락한 3361.01로 마감, 지난 5월26일의 이래 4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3.97% 하락해 최근 52주간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이날 외국인들의 매도세는 삼성전자에 집중됐다. JP모건 창구에서 19만여주, 워버그딜론 창구에서 약 15만주 메릴린치 창구엣 12만여주, 쟈딘플레밍 창구에서 9만5000여주 등 50만여주가 쏟아져 나오는 등 매도세는 간단치 않았다.

증시관계자들은 미국의 기술주들이 대거 실적발표를 앞두고 또 실적악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나스닥지수와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져 해외악재로 인해 삼성전자가 더 하락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증권의 김도현 선임연구원은 “앞으로 발표될 미국의 주요 첨단기업들의 실적이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면서 “외국인들이 이 같은 불안심리를 헤지하는 차원에서 매도를 집중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김도현 선임연구원은 “삼성전자에 대해 펀더멘털이 좋다는 것은 누구도 인정하는 바이고 국내 증시가 해외악재에 내성을 길러가고 있어 제한적일 것”라면서도 “그러나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의 영향력이 크다는 점을 감안할 때 추가하락을 배제할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의 삼성전자 보유비중은 100만주 이상 본격매도했던 지난 8월말 55.68%에서 어제 53.61%로 축소됐고, 앞으로 미국 기업들의 실적악화 나스닥 불안이 지속되면 추가 매물이 더 출회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에서는 현재의 18만원대가 깨진다면 향후 15만원선까지 하락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감을 제시하기도 한다.

◆ 삼성전자 추가 하락 가능성: 국내 증시·선물시장에도 악영향

삼성전자가 해외악재로 또 하락할 경우 반등기조를 보여왔던 국내 증시 역시 매수주체 부재가 더욱 가중됨으로써 상당한 부담을 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LG투자증권의 박준성 연구원은 “미국의 실업률이 크게 낮아져 다시 인플레에 대한 걱정이 붉어져 나오고 있다”면서 “국내 증시가 매수주체가 없어 기술적인 반등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저가메리트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대우증권의 이영원 연구위원은 “국내 증시가 구조조정 기대감 등이 형성되면서 다소 양분되는 현상을 보이면서 이전처럼 미국증시와 과다하게 연동하는 것은 많이 완화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미국시장이 나쁘고 외국인들의 매도량이 커진다면 거래소가 상승탄력을 받아 갭을 메꾸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삼성전자의 하락은 외국인들의 선물시장에 대한 매도포지션 확대로 연결될 소지가 다분해 선물시장의 향후 전망에도 크게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날 외국인들은 거래소 현물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집중매도한 것과 함께 선물시장에서도 거의 5000계약에 가까운 대량 순매도했고, 이에 따라 12월 선물이 크게 밀렸다.

델타투자자문의 박상현 이사는 “외국인들이 국내 주가의 하락방향성을 두고 선물 순매도량을 늘렸고 외국인들이 이를 거두지 않고 유지하자 개인들도 따라 매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외국인들은 현물시장에서 삼성전자를 대량 매도될 것을 예상하고 선물시장에서도 순매도를 늘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박 이사는 “삼성전자에 대한 바닥권 확신이 서야 선물시장도 확대된 백워데이션(-1.64)이 시정되고 지수안정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삼성전자에 대한 매수세가 유입되는 시점에서 선물도 매수전환이 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기석 <동아닷컴 기자> dong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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