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옛문서로 되살린 선인들의 생생한 일상사

  • 입력 2000년 10월 6일 18시 45분


‘조선 중기의 양인인 박의훤(朴義萱)이란 사람은 다섯번 혼인을 했다…. 그의 본처는 이름이 은화(銀花)인데 다른 남자와 바람이 나서 이혼했다. 두번째 처는 진대(進代)이다. 젊은 시절 그녀가 박의훤을 따라와 함께 살게 됐다. 그러나 진대는 박의훤의 노비와 통간(通奸)하여 실행(失行)한 사실이 마을에 파다하게 퍼지자 마을을 떠났다…. 네번째 부인은 가질금(加叱今)이었는데, 그가 가질금을 처음 만난 것은 한창 나이 때 관문을 출입하던 시절이었다. 가질금과 화간(和奸)하여 처로 삼았고….’

박의훤이 남긴 ‘분재기’(分財記·1602)의 내용을 토대로 그의 부부생활을 재구성해 본 것이다. 이 책은 이처럼 조선시대의 작고 사소한 기록을 통해 당시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복원했다. 저자들이 찾아낸 자료의 다양함으로 인해 당시의 세밀하고 구체적인 생활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 나아가 조선시대 사람들의 정신적 기질과 풍류 정서까지 읽어낼 수 있다. ‘출생 사망과 성장’ 편에선 임신하기 좋은 날 고르기, 태교, 해산, 아이 기르기에 관한 내용이, ‘가정생활’ 편에선 한 사대부의 교유관계, 문화예술생활, 의생활, 식생활, 자손에 대한 훈육, 신앙생활 등이 선명하고 흥미롭게 다가온다.

▼'조선시대 생활사2'/ 한국고문서학회 지음/ 역사비평사/ 341쪽/ 1만2000원▼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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