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Technology]미 대선후보 "실리콘밸리 잡자"

  • 입력 2000년 10월 5일 18시 44분


여러 가지 정치적 계산에 의하면 실리콘 밸리는 앨 고어후보의 땅이어야 한다. 물론 고어후보가 캘리포니아에서 조지 W 부시후보보다 앞서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실리콘 밸리에서의 자금모금 실적에서는 부시후보가 고어후보를 2대1로 앞서고 있다.

실리콘 밸리는 이번 대선전에서 대통령 선거사상 처음으로 정치적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따라서 후보자들은 유권자들의 표와 자금을 얻기 위해 이곳에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실리콘 밸리에서 얻고 싶어하는 것은 이것 뿐만이 아니다. 그들은 이곳에서 미래의 지도자로서 첨단기술 사회의 진취적인 사고방식과 연결된 사람으로 인식되기를 원하는 것이다.

지난달 말 부시후보는 실리콘 밸리에 와서 이곳 학교에서 선거유세를 벌인 다음, 소프트웨어 회사인 오토데스크의 캐롤 바츠 사장의 집에서 열린 100만달러 기금모금 파티에 참석했다. 그보다 일주일 전에는 고어후보가 실리콘 밸리에서 300만달러 기금모금 파티에 참석했다. 파티가 열린 곳은 노벨사의 에릭 슈미트 사장의 집이었고, 이곳에 모인 300명의 손님들을 위해 엘튼 존이 런던에서 날아와 공연을 했다.

그런데 고어후보가 실리콘 밸리에 온 바로 그날 이곳의 지역신문인 산호세 머큐리 뉴스에 실린 한 광고에는 부시후보를 지지하는 첨단기술회사 중역 300명의 이름이 나열돼 있었다. 거기에는 시스코 시스템즈, 델 컴퓨터,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등의 중역들 이름이 포함돼 있었는데,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이 그날 기자들에게 부시후보를 칭찬하는 내용의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이 모든 활동들과 관련해서 한 가지 놀라운 점은 캘리포니아에서 고어후보가 부시후보를 안전하게 앞지르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활동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9월 중순에 캘리포니아의 공공정책 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고어후보가 부시후보를 8% 차로 앞지르고 있었다. 고어는 또한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 밸리를 합한 베이 에어리어에서도 57%의 지지율을 얻었는데, 부시의 지지율은 28%였다.

두 사람의 지지율이 이렇게 차이가 난다면, 두 후보 모두 이곳에서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전통적인 사고방식이다.

그러나 실리콘 밸리에서는 전통적인 사고방식이 통하지 않는다. 실리콘 밸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정당보다는 이슈를 중요시하고, 정당 지도자들의 말보다는 기업 내의 ‘여론 선도자’들의 의견에 더욱 민감한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실리콘 밸리가 새로운 추세가 시작되는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 전당대회 의장인 조 앤드루는 이곳에서의 싸움은 “숫자 게임이 아니라 이미지 게임”이라면서 “첨단기술을 이끌고 있는 사람들은 유명인사와 같으며, 그들에게 인정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2000/10/03/technology/03SILI.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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