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칼럼]정은숙/속보성-깊이 조화이룬 '책의 향기'

  • 입력 2000년 9월 29일 19시 21분


오늘날의 시대를 무엇이라 부르든 예술의 시대, 시의 시대가 아닌 것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한 시대의 부하(負荷)나 정신의 압력을 극복하는 방법 중 중요한 것들 가운데 하나가 문화적 향유라고 믿는 내게 오늘날 그 극복의 정신적 풍경은 잘 보이지 않는다.

현대인은 늘어난 평균수명 만큼이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고민을 지고 살아가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나날이 보는 신문지상에서 문화면의 역할은 간단치 않을 것이다. 때로 우리는 그 지면에서 마음의 여유를 얻고자 하는 것이다.

이즈음 신문들이 각별히 문화면에 대해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동아일보 문화면도 속보성과 깊이의 조화라는 점에서 큰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듯하다. 이런 점과 관련해 가령 책의 향기 섹션은 동아일보 문화면의 노력이 집대성돼 나타나는 중요한 지면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의 향기 는 출판과 문학으로 구성돼 있다. 출판 관련 섹션으로는 국내에서 최초라 할 이 지면은 그 지향도 명확해 오늘의 지성인들에게 책에 대한 정보를 주겠다는 의도를 십분 구현해 내고 있다. 나는 주위에서 심심찮게 이 지면만은 버리지 않고 모아둔다는 독자들을 만나곤 한다. 이 섹션을 읽는 것만으로도 출판의 흐름을 알 수 있다는 이유에서라고 한다.

이 섹션의 특징은 첫 페이지의 특집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지난 16일자의 김수영 특집은 그의 대표시 풀 의 전문 게재와 시세계 리뷰, 김상환의 신간에 대한 김정환의 평 등으로 입체적으로 구성돼 시의성과 깊이가 잘 드러난 면 구성이었다.

또한 23일자 신간 패션의 역사 와 나는 마음으로 봅니다 의 리뷰도 전문가와 담당 기자의 꼼꼼한 책읽기가 돋보이는 지면이었다. 이 섹션에 대한 신뢰감이 정보량보다는 정보의 질에 있음을 알게 한다. 첫 페이지의 적절한 비주얼도 책 읽기를 고답적이라고 생각하는 일부 독자들의 편견을 시정하는 역할을 해내고 있다. 책과 외부 필자 선정에도 고집스러울 정도의 자부심과 섬세한 손길이 느껴진다. 전체적으로 도서 시장의 시류에 따르지 않고 다소 아카데믹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선도적인 도서 리뷰가 이 지면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한 가지 고언을 드린다면 이렇다. 일간 신문이라는 특수성은 있지만 외국의 신문들에는 이런 도서 섹션에 고전에 대한 리뷰도 포함돼 있다고 들었다. 책읽기의 근력을 기를 수 있도록 책의 독법에 대한 이해 시리즈나 고전의 지혜 등을 소개해 책을 많이 읽지 않는다고 알려진 우리 국민에게 계몽적인 역할을 자임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온라인상에도 도서에 대한 정보는 많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공신력이 문제이다. 온라인상의 도서정보 중에는 일간지의 책 정보가 가장 비중있게 다뤄지고 있다. 이런 면을 통찰해 책의 향기 지면을 구성할 때 이 섹션의 의미는 배가될 것으로 믿는다.

정은숙(시인·마음산책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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