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Arts]폭력 난무 서적, 흑인 청소년들 겨냥

  • 입력 2000년 9월 24일 19시 59분


제롬 어셔는 멋진 인생을 살고 있다. 그는 침실이 세 개나 되는 커다란 아파트에서 살며, 그의 옷장에는 베르사체, 아르마니, 발렌티노, 구치 등의 상표가 달린 양복이 가득하다. 제롬의 손목시계들도 카르티에에서 파텍 필립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또한 180cm 높이의 금고 안에는 다양한 종류의 권총과 소음기, 그리고 AR―15 저격용 라이플이 들어있다. 이 총들은 그의 직업에 꼭 필요한 도구이다. 그는 흑인 킬러이다.

제롬은 미국 서해안 지역에 등장한 소규모 출판사들이 내놓을 예정인 대담하고 도발적인 소설 시리즈 중 첫번째 작품의 주인공이다. 이 소설들은 도시에 살고 있는 흑인 청소년들을 노골적으로 겨냥하고 있으며 단순한 읽을거리라기 보다는 힙합 비디오를 산문으로 옮겨놓은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들은 힙합과 똑같은 은유와 리듬을 사용하며, 제이―Z, 팍시 브라운, 멤피스 블릭 같은 가수들의 CD와 한 묶음으로 판매된다.

이 소설들에 대해 섹스와 폭력을 미화하는 청소년용 소설 시리즈가 세상에 나와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무엇이 됐든 청소년들이 책을 손에 들고 읽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들과는 별도로 이 소설들은 전통적인 출판사들에 여러 가지 이유에서 매혹과 경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우선 이 소설들은 서점이 아니라 레코드 가게와 도시의 흑인 청소년들이 자주 드나드는 옷가게 등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또한 각각의 책 속에는 1페이지 짜리 컬러 광고 6∼7개가 실리게 된다. 첫번째로 발매될 소설에는 소코니 운동화와 이 소설을 출판하는 출판사의 투자자이기도 한 영화배우 웨슬리 스나입스의 최신작 ‘전쟁의 기술’의 광고 등이 실려 있다.

물론 흑인 부모들은 이 소설들을 환영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전통적인 출판사들이 어린이와 10대들을 위해 내놓는 수많은 책들 중에 흑인 청소년 독자들을 위한 책이 과연 얼마나 되는지 한 번 생각해볼 때가 된 것 같다.

(http://www.nytimes.com/2000/09/21/arts/21BOOK.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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