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증시 왜 이러나"…수요기반 확충 대책 절실

  • 입력 2000년 9월 22일 10시 42분


시장이 심각한 무기력증에 빠져들고 있다.

던져대는 외국인들의 물량을 받아주는 세력은 일부 개인투자자뿐. 기관마저 함께 매물을 쏟아내고 있다. 이러다보니 지지선이라고는 '땅바닥' 밖에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주가는 밑으로만 곤박질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증시기반이 급격히 취약해지면서 외국인 헤지펀드들의 투기적인 매매패턴으로 현물시장이 뿌리째 뒤흔들리는 상황을 보이고 있다.

22일 증시에서 코스닥지수는 오전 10시 현재 전날보다 4.39포인트가 하락하며 80선이 붕괴됐다. 종합주가지수 역시 27포인트 이상 추락하며 570선이 무너졌다.

이날 주가하락은 최근 지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미국증시의 반도체 종목의 주가하락에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보인다.

전날 미국증시에서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무려 17%에 가까운 하락률을 기록했으며, AMD는 한술 더떠 하락률이 20%에 육박했다.

이로인해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전날보다 46.32포인트(4.49%)가 하락한 984.51에 마감됐다. 미국시장의 반도체 종목하락은 곧바로 한국증시를 시퍼렇게 멍들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같은 시각 현재 전날보다 2만3000원으로 10% 이상 추락하며 19만7000원으로 다시 20만원 벽이 무너졌다. 현대전자 역시 5% 이상의 하락률을 보이며 1만5000원대 초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선물시장에서는 외국인들의 순매도 공세와 개인 투자자들의 '외국인 따라하기'로 인해 12월 가격이 폭락, 개장 6분만에 써킷브레이커가 발동되기도 했다. 외국인들은 현물시장에서 삼성전자를 개장 1시간여만에 10만주 이상 쏟아내며 선물도 900계약 가까이 순매도한 탓이다.

옵션시장에서도 콜옵션을 이미 1만계약 이상 내다팔았다. 콜시장에서는 기관들이 외국인을 흉내내고 있다. 선물시장서는 개인이, 옵션시장서는 기관이 '외국인 따라하기'에 치중하는 모습이며칠째 되풀이되고 있다.

가뜩이나 외국인만 바라보는 '천수답 장세'에서 시장 주도적인 위치에 올라선 외국인 헤지펀드들의 초단기매매(scalping)로 인한 국내시장 교란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강력히 일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매매비중이 15% 안팎인 외국인들의 단기매매에 우리 시장이 무기력하게 놀아나며 체질이 약화되는 것은 국내시장의 수요 기반이 워낙 취약한데 근본 원인이 있다.

환매 요청으로 인해 투신권은 이미 시장의 신뢰를 잃고, 매수력이 거의 바닥난 상태. 증시의 고객예탁금도 8조원대 미만(7조9000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게다가 '나는 국제유가'에다 '기는 반도체 가격'은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는 악재가 되고 있으며, 엎친데 덮친 격으로 대우차 처리실패와 중동지역의 전운(戰雲)은 증시 주변여건을 최악으로 만들고 있다.

주은투자신탁운용의 신세철 상무는 "무엇보다 채권시장 등 자금시장의 동요를 빠른 시일내에 안정시키고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안심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정부가 하루빨리 실효성있는 대책을 내놓아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길만이 증시를 살리는 방법이라고 잘라 말한다.

대신경제연구소의 김영익 경제조사실장은 "주식투자에 따른 위험 리스크를 가 과도하게 높기 때문이라며 위험프리미엄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위험리스크를 감소시키는 방법으로 그는 금융권과 기업의 구조조정을 빨리 끝내고 이를 위해 국회정상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구조조정이 미진한 것이 심각한 수급 불균형의 원인이라며 수요기반을 확충해야 한다고 진단한다.

현대증권의 유남기 조사부장은 간접투자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선진국 증시의 경우 금융권 등 기관의 주식보유 비중이 50%를 넘어서는 데 비해 국내의 경우 그 비중이 16%에 불과, 외국인 비중이 세계증시 가운데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어서 외국인만 바라보는 천수답 장세가 지속되며 그만큼 시장구조가 취약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형국<동아닷컴 기자>bigjo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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