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양성철駐美대사 "韓-美동맹 틀서 남북관계 진전"

  • 입력 2000년 9월 21일 19시 17분


《양성철(梁性喆)주미 한국대사는 지난달 현지부임 직전 자신에 대한 신문기사를 모은 두툼한 스크랩북 1권을 조카로부터 건네받았다. 양대사는 “스크랩의 기사가 온통 부정적인 것뿐이어서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5월말 대사 내정 이후 ‘공천 포기 대가설’ ‘자질론’ ‘국적(國籍)문제’ 등으로 여론의 도마에 올랐었다.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 참석을 위해 잠시 귀국한 양대사를 19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만났다. 출국 전과 달리 그의 얼굴은 여유와 자신감에 차 있었다. 남북문제와 한미간 현안에 대한 그의 견해를 들어보았다. 》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종전과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데….

“국민의 정부 이전에는 대북문제에서 미국이 전향적으로 ‘개입(engagement)’하고 한국이 이를 체크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한국이 더 전향적이고, 남북관계가 새 물살을 타고 있어 미국이 이를 따라오는 형국이다. 그래서 한미간에 사전 사후 협의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조율이 잘 되고 있다. 앞으로는 북―미관계가 앞서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미관계가 앞서갈 가능성이란….

“북―미 미사일협상, 테러회담을 포함한 수교협상 등에서 실마리가 풀리면 그쪽도 (관계개선의) 물살을 탈 수 있다. 다만 한미동맹관계가 가장 중요한 핵심이기 때문에 이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진전돼야 한다.”

―북한이 북―미관계와 남북관계를 ‘경쟁’시키면 한미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데….

“그런 가능성은 한미간에 협의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대북포용정책의 순수성이 북한에 충분히 어필하고 있다는 점이다.”

―남북관계를 위해서라도 북―미관계의 진전이 중요한 것 아닌가.

“북한도 변해야 하다. 요도호 납치범 등 테러리스트문제에도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 이 문제가 북―미, 북―일관계 개선의 걸림돌이다. 이를 푸는 것은 북한의 몫이다.”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개정협상, 노근리사건 등 한미간 현안을 어떻게 풀 것인가.

“정부는 SOFA개정협상에서 환경 노무 검역문제 등 포괄적 제의를 하고 있고, 미국측에서도 긍정적이다. 재판관할권 문제도 타협점을 찾고 있다. 노근리문제도 원만히 해결될 것으로 믿는다.”

―최근 반미감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반미감정과 미국정책에 대한 비판은 구별돼야 한다. 현재 일부의 반미감정은 80년대 반미데모와 다르다. 구체적인 한미현안에 대한 것으로 심각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미국에서 보는 한국정치는….

“국내정치가 생산적인 정치가 됐으면 좋겠다. 미국에서 체감하고 있지만 한국은 모든 면에서 세계 10위권 국가이고, 아시아의 으뜸가는 민주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자부심을 가질 만 하다. 최근 국내정치는 그야말로 ‘자해(自害)’행위를 하고 있는 듯해 안타깝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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