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Books]로버트 케네디, 깨지는 신화

  • 입력 2000년 9월 14일 20시 00분


에반 토머스는 자신의 책 ‘로버트 케네디:그의 인생’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1967년 무렵에는 전설이 이미 절반쯤 완성돼 있었다. 그의 숭배자였던 뉴욕의 지식계급에 그는 낭만적인 반(反)영웅이었다. …아서 슐레진저 같은 자유주의자들에게 그는 린든 존슨의 광기로부터 민주당을 구할 수 있는 계몽의 목소리였다. 워싱턴에 있는 케네디의 충성스러운 보좌관들에게 그는 유명인사들과 어울리느라고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않는다면 온 세상을 구할 수도 있는 성마르고 변덕스러운 보스였다. …그들은 케네디가 철학자 왕이 되어주기를 기대했다.”

1968년 민주당 대통령 예비선거 도중에 일어난 로버트 케네디의 암살은 이 전설을 확고한 것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이 전설은 최근 세이무어 허시 같은 논객들과 로널드 스틸 같은 학자들에 의해 반격을 받고 있다.

‘뉴스위크’지의 편집 부국장인 에반 토머스는 1978년에 아서 슐레진저 2세가 로버트 케네디의 전기를 출간한 이래 케네디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로버트 케네디에 대한 미공개 문서의 열람을 허락받은 사람은 아마 자신이 처음일 것이라고 말한다.

사실 케네디가(家)에서 모든 문서를 공개하지 않는 한 로버트 케네디의 확실한 전기가 쓰여지기는 힘들 것이다. 따라서 케네디가가 서류를 공개할 때까지는 현명한 판단과 철저한 연구를 바탕으로 한 토머스의 이 전기가 로버트 케네디의 인생에 대한 가장 포괄적이고 균형 잡힌 연구서가 될 가능성이 크다.

토머스는 로버트 케네디에 대해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들에 별로 많은 것을 덧붙이지 않았다. 로버트는 존 케네디가 대통령이던 시절 법무장관으로서 때로는 지독할 정도로 충성스럽게 형의 이익을 보호했으며, 형이 암살된 후에는 절망에 빠졌고, 동지들과 숭배자들로부터 가족의 전통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압력을 받았다. 또한 그와 린든 존슨 사이의 불화가 점점 심화되었다는 얘기도 이미 우리에게 친숙한 것이다.

그러나 로버트 케네디나 존 케네디의 전기를 쓰는 사람들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그들의 성생활, 마피아와의 관계, 비밀작전 등 사실이 밝혀지기 어려운 부분에서 사실과 허구를 가려내는 것이다.

토머스는 케네디 형제의 주위환경에 대한 방대한 지식과 증거들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바탕으로 여러가지 논란의 여지가 있는 주제들에 대해 결론을 내리고 있다. 로버트 케네디는 마릴린 먼로와 관계를 맺지 않았다는 것, 그가 피델 카스트로를 죽이기 위한 CIA와 마피아의 음모를 직접 명령하지는 않았을망정 미리 알고는 있었다는 것 등이 그가 내린 결론이다.

토머스는 로버트 케네디에게 분명히 공감을 느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책에서 신중한 자세를 취함으로써 그 어느 누구보다도 효과적으로 자유주의자들의 우상인 로버트 케네디의 신화를 파괴하고 있다. 그는 로버트가 법무장관으로서 민권운동을 후원하고, 1966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방문했을 때 인종차별정책을 비난했으며, 1960년대 말에 빈곤에 대해 진지한 관심을 가졌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마틴 루터 킹 목사가 “크렘린의 조종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알아보기 위해” 그의 전화를 도청하려는 J 에드가 후버 FBI 국장의 계획을 로버트가 승인했음을 지적한다.

로버트 케네디는 지금까지 신화적으로 알려져 있는 것보다 덜 자유주의적이고 덜 지적이었다. 그는 밥 딜런의 음악을 듣기는 했지만, 브로드웨이 뮤지컬 음악을 더 즐기는 편이었으며, 1965년과 67년에 태어난 아들들의 이름을 기성체제를 떠받치는 기둥 역할을 하고 있던 사람들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그는 또한 형인 존과 마찬가지로 유명한 지식인들을 초대해서 함께 보트를 타고 수영을 하며 ‘실존주의’나 ‘소외’처럼 당시 유행하던 주제들에 대해 질문을 던짐으로써 자신의 실제모습보다 훨씬 더 과장된 평판을 얻었다. 그는 알베르 카뮈의 저서 ‘저항, 반항, 그리고 죽음’에 대해 짐짓 현자인 척 이렇게 말했다. “그 책은 정말 사람을 우울하게 만들죠. 길기도 하고요.” (http://www.nytimes.com/books/yr/mo/day/reviews/000910.10lind.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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