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석]구단 감독 거취의 '지침서' 백인천감독

  • 입력 2000년 9월 6일 13시 22분


후반부로 달리고 있는 프로야구. 전체적인 순위의 윤곽이 가려지면서 각 구단의 감독들의 향후 거취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하지만 감독들의 성향 역시 가지각색. 그중에 치고 빠지는데 능숙한 감독이 몇이나 있을까? 그분들에게 좋은 지침서 역할을 할 수 있는 견본이 하나 있으니 바로 백인천감독이다.

야구판에서 백인천 전 삼성 감독만큼 강인한 정신력과 체력을 가진 강한 인물도 드물다.

워낙 개성이 강해 자신과 의견이 맞지 않으면 타협이란 없다. 지난 90년 LG 창단 감독시절 팀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시키고도 이듬해 잘린 이유도 강한 성격 때문이었다.

백감독은 자진사퇴 형식으로 LG에서 물러났다. LG 구단은 백감독이 선수단과의 갈등으로 스스로 물러났다고 하지만 사실은 구단과의 마찰 때문이다.

백감독은 90년 우승후 구단에 자신을 포함한 코칭스태프에게 물질적 보상을 해달라는 요구를 했다. 당연히 구단은 계약과 상관없는 일이라며 펄쩍 뛰었다.

구단의 설득과 양보로 백감독을 달랬지만 갈등의 씨앗은 그때부터 싹트기 시작했다. 당시 LG는 미국식 야구를 표방하며 백감독과 상의없이 미국인 코치를 데려오고 구단이 선수단에 간섭을 많이 했다. 감독이 구단을 좌지우지하는 일본프로야구에서 잔뼈가 굵은 백감독이 이해할리 만무했다. 구단과 이런 갈등 속에서 백감독은 구본무 구단주와 회식을 하게 되었다. 구 구단주가 백감독에게 술을 권했다. 그러나 백감독은 받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거절했다. 배석한 그룹 계열사 사장들은 백감독의 배짱에 눈이 휘둥레졌다.

구 구단주가 "백감독님도 참 대단하시다"며 어색한 분위기를 봉합했지만 그때부터 백감독은 절대권력자의 눈밖에 벗어났다. 눈치빠른 백감독은 91년 말 선수단과 갈등을 이유로 자진사퇴했다. 만약 사퇴하지 않았더라도 LG 계약이 만료되는 백감독과 재계약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도 이같은 현직 감독들이 있나? 아마 있다면 백감독의 행보는 이들에게 좋은 지침서가 될지도 모르겠다.

http://www.enter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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