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복병]마라톤 정남균 "시드니 반란 꿈꾼다"

  • 입력 2000년 9월 3일 18시 47분


“솔직히 부담스럽습니다. 하지만 후회하지 않도록 열심히 뛰겠습니다”.

한국 마라톤의 차세대주자 정남균(한국체대)이 ‘시드니에서의 반란’을 꿈꾸며 4일 호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정남균은 2000동아마라톤에서 기라성같은 선수들을 제치고 깜짝 우승했을때만해도 풋내 나는 신인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후 6개월동안의 피눈물나는 훈련은 정남균을 시드니올림픽 남자 마라톤의 ‘최대 복병’으로 불러도 좋을 만큼 정상급 마라토너로 급성장시켰다.

나이도 올해 스물 두 살. 92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황영조가 금메달을 따낼때와 같은 나이로 패기만큼은 황영조 못지 않다.

정남균이 마라톤 풀 코스를 완주한 것은 올 동아마라톤이 2번째로 시드니 코스가 불과 3번째 도전. 하지만 바로 이점이 역설적으로 정남균의 가능성을 더욱 높여주는 요인이다.

동아마라톤 우승이후 정남균의 상승세는 가속도가 붙었다. 6월말부터 한달동안 시드니 남쪽 에서 전지훈련을 가진 정남균은 귀국뒤 강원도 봉평으로 이동,또 다시 한달동안 다리근육이 버틸 수 있는 극한을 오가며 시드니 코스의 언덕에 적응하는 훈련과정을 거쳤다. 이 덕분에 정남균은 최근 피로에 견디는 힘인 젖산내성이 올 초 71%에서 73%로 높아졌다. 세계적인 선수들이 대부분 70% 수준. 또 지구력과 직접 관련된 유산소 섭취능력도 지난해까지 84%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88%로 높아졌다.

서울 영동중 2년때 중거리선수로 육상에 입문한 정남균은 97년 한국체대에 입학한뒤 86아시아경기 800m 금메달리스트인 김복주교수(40)를 만나면서 마라토너로의 변신에 성공했다. 김교수는 정남균의 몸이 마라톤 풀코스에 적응할 수 있을때까지 스피드를 키우는데만 주력했고 3학년때 처음으로 풀코스를 뛰게 했다.

이런 체계적인 훈련탓에 99동아마라톤에서 생애 첫 풀코스를 뛰었던 정남균은 두 번째 도전인 올 대회에서 1년만에 자신의 첫 기록을 10분33초나 앞당긴 2시간11분29초를 기록할 만큼 무서운 성장세를 과시했다.

김복주 교수는 “남균이의 장점은 스피드와 지구력이다. 시드니에서 승부를 걸어볼 만 하다”고 자심감을 피력했다.

한편 정남균은 5일부터 28일까지 호주 나라에서 마무리 스피드훈련과 식이요법 과정을 마치고 28일 올림픽 선수촌에 입촌할 예정이다.

<김상호기자>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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