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월드]수지여사 反政투쟁 재개

  • 입력 2000년 8월 29일 18시 44분


미얀마 민주화운동의 지도자 아웅산 수지여사(55)에게 다시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수지 여사는 29일 현재 수도 양곤 인근의 달라에서 자신의 진로를 막는 경찰에 맞서 승용차안에서 5일째 대치하고 있다. 한동안 잠잠하던 여성투사가 다시 한번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미얀마 정치 무대의 중심에 등장한 것이다.

▼경찰 정치행사 참석 봉쇄▼

▽대치 상황〓수지 여사는 24일 자신이 이끄는 민족민주동맹(NLD) 청년단체가 주관하는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일행 12명과 함께 승용차 두 대를 타고 이동하던 중 경찰의 제지를 받았다. 수지 여사 일행이 탄 차량 두 대는 현재 길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주차돼 있으며 경찰 트럭이 앞뒤에서 통행을 막고 있다. 경찰의 봉쇄에 따라 수지 여사 일행은 숙식을 해결하기 위해 호텔이나 식당을 찾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 용변까지 근처에서 해결해야 하는 극한상황에 놓여있다.

NLD측은 경찰이 음료수와 음식물 공급을 차단한 데다 며칠동안 계속 비가 내리고 있어 수지 여사의 건강이 크게 악화됐다며 외부세계의 관심과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미얀마 정부는 이에 대해 “수지 여사 일행에게 음식과 음료수를 제공하고 불편이 없도록 대형 우산과 이동식 변기를 가져다 줬으며 의료팀이 가까운 거리에서 대기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정부는 또 “수지 여사가 양곤 이외의 지역에서 활동을 할 경우 신변에 위험이 닥칠 수 있기 때문에 이동을 막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수지 여사가 양곤을 벗어나 정치활동을 벌이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수지 여사는 98년 여름에도 양곤을 벗어나려다가 경찰의 제지를 받고 13일동안 경찰과 대치했다가 탈진상태까지 간 끝에 귀가하기도 했다.

▽2년만에 재개된 투쟁〓88년 미얀마 민주화 운동에 투신한 이후 거듭되는 가택연금 속에서 투쟁을 계속해 온 수지 여사는 98년 이후 적어도 대외적으로는 적극적인 정치활동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비쳐졌다. 일부에서는 그의 정치적 영향력이 한풀꺾인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영국인 남편 마이클 아리스가 암투병 끝에 숨지는 개인적인 비운도 겪었다.

▼승용차안서 5일째 대치▼

그러나 최근 수지 여사를 만난 태국의 비정부기구 관계자들에 따르면 미얀마 민주화에 대한 그의 의지는 여전히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그는 96년 폐쇄됐던 대학의 문이 다시 열렸다는 정부의 발표가 거짓이라며 미얀마 민주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미얀마 정부는 수지 여사의 투쟁 재개로 인해 동남아국가연합(ASEAN) 가입을 통해 실추된 국가이미지를 회복하려는 그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지나 않을까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국제사회 비난 고조〓국제사면위원회를 비롯해 미국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의 비난도 높아지고 있다.

미 국무부는 25일 “기본적인 인권인 이동의 자유를 거부하는 것은 긴장을 촉발시킬 뿐”이라며 미얀마 정부의 조치를 비난했다.

▼美-EU등 사태해결 촉구▼

영국과 프랑스도 26일 외무부 성명을 내고 미얀마 정부가 수지 여사를 비롯한 민주세력의 행동을 제한하고 있는 것을 비난하고 수지여사의 건강과 안전 보장을 촉구했다. EU는 이날 수지여사 일행이 음식물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국제사면위원회도 “이번 사건은 미얀마 정부가 수지여사에게 가한 전반적인 박해 행위의 일부분”이라고 비난했다.

국제사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미얀마를 회원국으로 끌어들인 ASEAN 회원국들도 입장이 난처하다.

주변국들은 이번 사태가 12월 열리는 ASEAN과 EU 외무장관 회담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걱정하는 한편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수린 피추안 태국 외무장관은 “이번 사태가 ASEAN 전체에 (나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조속히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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