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신도시에선]"동물울음-분뇨냄새에 밤잠 설쳐"

  • 입력 2000년 8월 28일 18시 58분


곰, 사슴, 원숭이, 엘크 등.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경기 고양시 덕양구 성사동의 동물들을 사육 중인 ‘신원당 동물농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동물들의 소음과 악취로 이곳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하지만 농장측은 아파트 단지 건립(92년) 훨씬 이전부터인 80년대 초부터 영업을 해왔고 조만간 이전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힐 뿐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고양시 역시 농장 부지가 포함된 이 일대를 ‘성라공원’으로 조성하기로 하고 보상금까지 모두 지급했지만 동물들을 강제로 처리할 방법이 없어 난감한 입장이다.

▽주민 불편〓농장과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아파트에 사는 주부 김명애씨(40)는 “새벽과 밤 가릴 것 없이 아무 때나 울어대는 동물소리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공포심까지 든다”며 불편을 호소했다. 김씨 집 아래층에 사는 이순례씨(42·여)도 “비가 오거나 흐린 날이면 분뇨 냄새가 단지를 뒤덮고 파리와 모기까지 들끓어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쾌적한 생활을 침해하는 시설인 만큼 시에서 적극 나서 이전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농장 입장〓관리인 이용주씨(74)는 “아파트보다 훨씬 오래된 농장을 하루아침에 문닫게 할 수는 없다”며 “이전을 계획하고 있는 만큼 주민들이 다소 불편하더라도 감수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인근 어린이들이 동물을 관찰하려고 찾아오는 등 지역사회에 보탬이 되고 있는데도 냄새와 소음 때문에 농장을 내몰려고 하는 것은 주민들이 자기 이익만을 고집하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 농장에서는 6500여평 부지에 12개 종 170여마리의 동물이 사육되고 있다. 농장 전체가 성라공원 부지에 편입돼 토지보상금 32억여원과 기타 시설 보상금 9500여만원까지 모두 받았지만 전문적인 관리가 필요한 동물이 많아 이전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

▽고양시 대책〓고양시청은 강제 철거를 계획, 곰과 원숭이 등을 동물보호협회에 위탁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협회측이 시설미비로 관리할 수 없다고 밝혀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농장 부지를 포함한 이 일대를 성라공원으로 조성하려 했으나 공사업체 선정을 놓고 송사에 휘말려 농장에 대한 처리도 미온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소송이 마무리되고 공사를 재개하기로 해 농장처리 문제가 현안으로 대두했다.

고양시 관계자는 “성라공원 조성 공사가 다시 시작되는 9월까지 농장주가 자진해서 농장을 이전하지 않으면 강제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고양〓이동영기자>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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