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북한 관계 발전과 韓美

  • 입력 2000년 8월 21일 19시 15분


‘6·15남북공동선언’으로부터 시작된 남북한관계가 시간이 갈수록 빠른 물살을 타고 있다. 8·15이산가족 상봉에 이어 이달 말의 제2차 남북한장관급 회담, 9월초 비전향장기수 송환, 이산가족2차상봉 등 남북한간의 각종 교류와 행사가 계속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처럼 급격히 돌아가는 ‘우리의 일’에만 정신을 팔다보면 자칫 ‘바깥 흐름’을 놓칠 수 있다. 주변 열강의 각축으로 한반도가 분단됐고 지금도 그들의 협조 없이는 남북한 문제의 근원적 해결이 어렵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남북한관계가 급속히 돌아갈수록 냉정히 한반도 주변을 살펴보는 자세가 더욱 필요하다.

남북한관계의 급격한 변화는 한반도 주변 4강의 이해관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되어 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한반도를 찾는 4강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우리와 오랜 맹방으로 안보공조를 해온 미국은 남북한 관계 변화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는 분위기다.

며칠 전 미국을 다녀온 의원들 가운데 여당의원들은 “미국이 한반도의 화해무드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말하는가 하면 야당의원들은 “미국정부 인사들 가운데는 최근 남북관계 진전에서 미국이 배제되고 있다는 강한 불만을 갖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

미국 내부에서의 한반도 정세에 대한 시각차이는 대통령선거전을 치열하게 치르고 있는 민주당과 공화당의 정강정책에서도 나타난다. 민주당은 우리의 햇볕정책을 전폭 지지하고 있지만 공화당은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그대로 갖고 있다.

한국 내부에서도 남북관계가 진전됨에 따라 미국에 대한 시각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매향리 사격장이나 한미(韓美)주둔군지위협정(SOFA)개정문제 등 한미 현안들을 둘러싸고 그같은 시각차이가 심해지는 측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한미관계와 남북한 관계는 상호 보완적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최근 한미관계와 관련, 본사 부설 21세기평화재단과 평화연구소가 19일 주최한 한미포럼에서 참석학자들은 한결같이 “한미 관계에서 우리의 주권은 강조하되 극단적인 반미는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자들은 남북화해협력시대는 물론 통일한국시대에도 주한미군주둔은 한미양국의 국익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여전히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우리의 우방이라는 것이다. 남북한관계가 급류를 타고 있는 현시점에서는 4강과의 균형외교가 중요하며 그중에서도 한미관계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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