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종이호랑이' 해태 '꿈틀'

  • 입력 2000년 8월 21일 19시 06분


한국시리즈에서 9차례나 우승을 차지한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명문팀 해태. 그러나 화려한 시절은 이제 ‘옛 이야기’가 돼버렸다. 지난해부터 해태의 모습은 말 그대로 ‘종이 호랑이’.

모기업의 어려움 탓에 전성기를 이끌던 스타들은 모두 팔려갔다. 95년 선동렬, 97년 이종범, 98년 임창용, 99년 이강철…. 시즌을 마칠 때마다 해태의 주축 선수들은 하나씩 팀을 떠났고 그 때마다 김응룡 감독의 마음은 짐을 더했다.

그러던 해태가 요즘 ‘명가 재건’의 꿈을 꾸고 있다. 아직 팀이 완전히 정비됐다고는 할 수 없지만 선발 투수진이 안정을 찾았고 타자들의 방망이가 매섭게 돌아가고 있어 어느 팀과 상대해도 녹록지 않은 승부를 펼치고 있다.

무엇보다도 ‘에이스’ 이대진의 선발 복귀가 반갑다. 이대진은 19일 부산 롯데전에서 선발 등판, 6이닝 4실점으로 시즌 첫 선발승을 거뒀다. 팀 사정상 마무리로 활약해온 이대진은 이제 어깨 통증의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나 본격적인 선발로 나설 채비.

최상덕의 10승 재기도 희소식. 데뷔 첫 해인 94년, 태평양 유니폼을 입고 13승을 거둔 것을 제외하고는 두 자리 승수를 기록하지 못했던 최상덕은 올 시즌 팀내 최초로 10승 고지를 밟아 전성기 기량을 되찾았다.

게다가 SK에서 이적한 성영재와 부상에서 회복한 곽현희 등도 최근 인상적인 호투를 펼쳐 선발 로테이션에 숨통이 확 트였다.

수위 타자를 노리는 선두타자 장성호와 중심 타선에 자리잡은 타바레즈가 이끄는 공격도 활발한 상승세. 홍현우 이호성 등 ‘노련미’를 보유한 타자들이 이들을 뒷받침하고 있다.

해태의 성적은 여전히 드림리그 꼴찌. 승률도 5할에 못 미친다. 그러나 해태는 그 누구도 무시하지 못하는 ‘꼴찌답지 않은 꼴찌’다.

그래서 해태의 분전은 포스트시즌을 향해 갈 길이 바쁜 선두권 팀들을 더욱 두렵게 만든다.

시즌 막판의 재미있는 ‘해태 변수’. 과연 어느 팀이 호랑이의 비위를 거스를까.

<주성원기자>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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