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반갑습네다' 통일이 되면 북쪽친구 만나겠지?

  • 입력 2000년 8월 11일 18시 40분


통일이 되면

이라고 한 줄 쓰고, 연필을 입에 물고 한참 동안을 만지작 거린 기억이 있을 거다.

어떻게 될까, 통일이 되면?

그렇지, 열차를 타고 평양에 가서 맛좋다는 옥류관 냉면을 먹을 수도 있을 거고, 호랑이가 많았다던 묘향산 관광을 할 수도 있을 거다. 북쪽에서 전학 오는 친구도 생기겠지. 아버지가 함흥이나 신의주로 전근가시면 그곳에서 살 수도 있을 거다.

‘반갑습네다’는 열다섯 분의 동화작가 선생님이 쓰신 ‘통일동화’. 반세기 이상이나 떨어져 살았지만 얼굴 모습도, 말도 같은 하나의 겨레가 통일된 뒤 어떻게 오순도순 잘 살 수 있을지를 다양한 줄거리 속에 엮어냈다.

형민이는 아빠 엄마의 사랑을 담뿍 받으며 자란 외동이. 어느날 북한에 살던 육촌 형석이가 내려와 ‘아바이’ ‘오마니’ 하자 볼이 메고 만다. ‘얼음보숭이(아이스크림)’니 ‘남새(채소)’니 하는 말도 촌스럽기 그지 없는 것 같다. 엄마 아빠는 형석이 편만 들고.

팔씨름을 해보자는 말에 얼른 손을 뿌리쳤는데, 그만 녀석의 코에 맞아 코피가 터질 게 뭐람! 그런데 웬일일까, 오히려 대신 아빠한테 용서해달라고 비는 형석이가 형같이 느껴지는 건?

아름이는 통일이 된 후 처음 큰아버지 댁에 세배하러 평양에 왔다. 길도 넓고 쓰레기도 널려있지 않아 깨끗하고 좋다. 교예단의 묘기가 재미있지만 행여 줄에서 떨어질까 가슴은 콩당콩당. 그런데 그만 배가 싸르르 아프다. “화장실이 어디에요?” 이런 어쩌나! 만나는 사람마다 ‘꼬마가 화장은 해서 뭐 하려고?’라며 핀잔만 주니….

우리는 어떻게 할까, 북쪽 친구를 만나면? 집에 초대하고 선물도 주겠다고? 그것도 좋은 일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어떤가. 동네 친구마저도 화제가 맞지 않는다며, 다른 고장에서 왔다며 따돌리고 있지는 않은가. 그렇다면 그 친구한테 가서 사과부터 하자. 머지않아 북쪽 친구를 맞으려면.

▼'반갑습네다' / 조대현 외 글/ 백명식 그림/ 파랑새어린이▼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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