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석의 옛그림읽기]이인문 '송계한담도'

  • 입력 2000년 8월 8일 18시 37분


이인문의 '송계한담도'
이인문의 '송계한담도'
깎아지른 석벽 앞 평평한 냇가에 모처럼 세 벗이 모였다. 두 사람은 앉고 한 사람은 등을 보인 채 옆으로 기댔는데 낙락장송 성근 가지 사이로 솔 향기를 실은 맑은 바람이 불어온다. 계곡의 턱진 시내에서도 냇바위에 부딪쳐 나는 차가운 물소리가 콸콸 하고 쏟아져내려 듣는 이의 가슴을 서늘하게 쓸어준다. 풀벌레 소리 중에 이따금씩 쓰르람쓰르람 하는 쓰르라미 소리가 반갑다. 그러나 무엇보다 미쁘고 정다운 소리는 바로 두런두런 이야기를 펼치는 사랑하는 벗들의 음성이다. ‘논어’에 ‘익자삼우(益者三友)’라 하였다. ‘정직한 사람, 성실한 사람, 박학다식한 사람을 벗하라’는 말이다.

마주보고 선 두 절벽 사이로 보일 듯 말 듯 절집이 얼비친다. 그나마 아스라하게 머니 이곳은 속세와 인연이 먼, 깊은 자연의 속살이다. 군더더기를 다 떨궈내고 오랜 풍상을 견딘 늠름한 소나무 가지가 이리 비틀 저리 비틀 제 생긴 모양대로 뻗었는데 그 조화는 정교한 글씨를 보는 듯 기막힌 균형을 보여준다. 이것은 조물주의 서예 솜씨다! 앞쪽에 그려진 각진 바위가 근경(近景)을 막고 다가서서 오히려 공간의 깊이를 아늑하게 해 준다. 이 바위와 오른편 절벽의 표면 질감(質感)은 도끼로 장작을 팼을 때 생긴 단면처럼 보인다. 붓을 뉘여 홱 잡아챈 부벽준(斧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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