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technology]'디아블로Ⅱ' 찬사받지 못한 성공

  • 입력 2000년 8월 6일 18시 53분


팬들이 목을 빼고 기다리던 컴퓨터 게임 ‘디아블로 Ⅱ’는 역시 사람들이 목마르게 기다렸던 해리 포터 시리즈의 네 번째 이야기가 서점에 선을 보이기 5일 전인 지난달 3일 출시됐다. 소매가격이 50달러인 ‘디아블로 Ⅱ’는 지금까지 전세계에서 100만개 이상 팔려나갔고, 해리 포터는 서점에 선을 보인 첫 번째 주말에 거의 300만부가 팔려나갔다. 그러나 해리 포터는 원래 가격인 25달러 95센트에서 크게 할인된 가격으로 팔려나간 것이 대부분이었다.

10대 후반의 청소년들과 성인들을 겨냥한 제품인 ‘디아블로 Ⅱ’는 지금까지 대중매체의 레이더 스크린에 잡히지 않았다. 해리 포터 이야기와 작가인 조앤 K 롤링은 컴퓨터 게임과 텔레비전에 취해 있는 젊은이들을 다시 독서의 세계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전세계로부터 찬사를 얻었다. 그러나 ‘디아블로 Ⅱ’ 같은 게임들은 음울한 세계관으로 플레이어들을 컴퓨터 스크린 앞에 붙들어 놓는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았다.

‘디아블로 Ⅱ’는 오락 소프트웨어 등급 판정 위원회로부터 ‘성인’ 등급의 판정을 받았다. 영화의 R 등급과 같은 ‘성인’ 등급을 받는 게임은 거의 없는 편인데도 말이다. 성인 등급은 ‘디아블로 Ⅱ’가 17세 이상의 소비자들에게만 판매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게임의 제작사인 블리자드의 마이크 모하임 사장은 많은 어린이와 10대 전반의 청소년들도 이 게임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디아블로 Ⅱ’는 결코 비폭력적인 게임이 아니지만, 76세 노인의 살인사건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은 ‘디아블로 Ⅱ’가 아니라 해리 포터 시리즈의 네 번째 이야기인 ‘해리 포터와 불의 잔’이다. 또한 전세계의 청소년들이 인터넷을 통해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함께 문제를 풀고 괴물들과 싸울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도 ‘디아블로 Ⅱ’가 아니라 해리 포터 이야기이다.

‘디아블로 Ⅱ’의 팬들은 대부분 자신들도 공상과학 소설과 판타지 소설을 광적으로 좋아한다고 말한다. 게다가 해리 포터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디아블로 Ⅱ’의 등장인물들도 궁극적으로는 악과 싸우는 사람들이다.

브라운대 영문과 교수이자 인터넷을 통해 글을 쓰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실험적인 소설가인 로버트 쿠버는 ‘디아블로 Ⅱ’ 같은 게임들과 해리 포터 이야기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는지도 모른다면서 “나는 독서는 좋은 것이고 컴퓨터 게임을 하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싫다”고 말했다.

‘디아블로 Ⅱ’의 개발에 참여했던 블리자드의 빌 로퍼도 해리 포터와 ‘디아블로 Ⅱ’가 “모두 판타지이며 사람들에게 탈출구를 제공해준다”고 말했다.

전체 게임 시장은 다른 매체의 시장에 비하면 아직 그 규모가 작은 편이다. 지난해에 팔려나간 게임팩과 CD는 약 1억7000만개였던 데 비해, 책은 15억부 이상 판매됐다. 그러나 책의 판매량은 정체돼 있거나 감소하고 있고, 영화 관람객 수는 아주 조금씩 증가하고 있는 반면 게임 판매량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시장 조사회사인 PC 데이터의 자료에 따르면, PC용 게임의 판매량은 93년부터 99년 사이에 3배로 늘어났고, 2000년 1월부터 5월 사이에는 지난해보다 10% 이상의 성장세를 보였다.

워너브러더스사는 이처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게임 시장에 주목, 해리 포터 시리즈를 바탕으로 한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블리자드사는 포켓 북스와 손을 잡고 ‘디아블로’ 게임 시리즈를 바탕으로 한 3부작 소설을 발매할 준비를 하고 있다.

(http://www.nytimes.com/library/tech/00/08/biztech/articles/03diablo.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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