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이영표-양현정 신인왕 2파전

  • 입력 2000년 8월 3일 18시 28분


올 시즌 프로축구 신인왕 경쟁에 ‘늦바람’이 불었다.

신인왕은 일생에 단 한번뿐인 기회로 프로에 입문한 새내기 선수들에게는 최고의 영예. 하지만 2000삼성디지털 K리그 초반까지만 해도 신인들의 활약은 미미했다.

당초 신인왕 후보로 거론되던 선수는 이영표(안양 LG)와 이관우(대전 시티즌) 등 올림픽대표 출신들과 일본 프로축구(J리그)와 실업팀(미포조선)을 거쳐 성남 일화에 입단한 ‘늦깎이’ 김대의의 3파전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관우와 김대의가 부상으로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하며 명함조차 내밀지 못했고 이영표마저 잦은 올림픽팀 차출로 프로무대에서 실력을 펼칠 기회를 갖질 못했다.

이 상황을 극적으로 타개한 것이 이영표. 소속팀과 올림픽팀을 들락거리며 단 2골을 기록하는 데 그친 그는 지난달 28일 열린 중국과의 정기전에서 결승골을 뽑아낸 여세를 몰아 최근 프로축구연맹이 발표한 올스타전 인기투표 중간순위에서 기라성 같은 스타들을 제치고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비록 프로에서는 기량을 펼칠 기회조차 갖지 못했지만 올림픽팀의 활약을 발판으로 신인왕 타이틀에 바짝 다가서는 우회작전이 성공을 거둔 셈이다.

하지만 이영표의 일방독주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던 신인왕 타이틀은 3일 안양과 전북전 이후 음지에서 양지의 스타로 극적인 이미지 전환에 성공한 양현정(전북 현대)의 가세로 본격적인 경쟁체제로 접어들었다. 양현정은 단국대 재학 시절인 98년 월드컵대표로 선발돼 98년 2월 킹스컵 우승 당시 2경기를 뛰며 우승을 이끌었으나 이후 발목부상으로 부진에 빠지며 동기생인 이영표 이관우 등이 올림픽대표로 승승장구하는 것을 지켜만 봐야 했다.

그러나 올 시즌 전북 입단 뒤 몸을 추스르는 데 성공한 양현정은 3일 안양의 막강 수비라인을 한순간에 허물어뜨리는 파괴력 높은 드리블에 이은 슈팅으로 선제골을 터뜨리며 전북의 새로운 스타로 급부상하는 데 성공했다.

김도훈의 8경기 연속골에 3골을 어시스트하는 등 4도움으로 도움랭킹 2위에 올라 있던 양현정은 이날 골로 4득점을 기록하며 득점랭킹에서도 11위로 뛰어올라 남은 시즌 대활약을 예고했다.

<김상호기자>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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