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렇구나]"스타되려면 기자를 잘 만나야"

  • 입력 2000년 8월 2일 09시 59분


특급스타의 전제조건은 개인적인 자질과 주변환경이다.

자질을 돋보이게 하는 주변여건중의 하나가 언론이다. 대중에게 어필하는 것은 매스컴을 통할 수밖에 없는게 프로의 생리이기 때문이다. 일부 기자들과 얘기하다 보면 "걔는 내가 키웠어"라는 말을 하는데 이같은 맥락이다.

기자가 선수를 키우는 유형은 두가지. 무명일 때 기사화를 시켜 주위에서 관심을 갖게 하는 경우와 스타덤에 올랐을때 관리를 해주는 경우다.

후자의 대표적인 수혜자가 선동렬. 무등산 폭격기의 명성을 얻은 선동렬의 구위는 한국 야구 100년사에 최동원과 쌍벽을 이룰 정도로 돋보였다. 그런데 신이 아닌 이상 실수도 있는 법.

하지만 그가 홈런을 맞거나 중요한 경기에서 실점을 할 때 언론은 엄청 관대했다. "선동렬은 엄지 손가락 물집이 터져 볼을 강하게 뿌리지 못했다"라는 등의 홈런을 맞을 수밖에 없는 당위성을 설명하곤 했다.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선동렬이 홈런을 맞았을 때 기사를 뒤져 보시라. 열 번에 다섯 번은 이같은 스타를 위한 변명이 꼭 실렸다. 당시 해태 출입기자들의 시각은 우상은 쓰러져선 안된다는 식이었다.

이같은 해태 담당 기자들의 태도에 다른 기자들이 언성을 높이기도 했지만 딱히 제지를 하진 못했다. 며칠뒤 물집이 아물면 선동렬은 또다시 완벽에 가까운 피칭을 해 알리바이를 증명했기 때문이다.

담당 기자들은 이런 선동렬이 잘 던지면 환상피칭으로 띄우고, 못던지면 부상이나 실투 운운하며 위엄이 손상당하지 않도록 관리를 해줬다.

선동렬은 야구선수로선 주위를 잘 만난 행운아였다.

http://www.enter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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