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주부/김성옥씨 인터넷 장보기]유기농산물 쇼핑

입력 2000년 8월 1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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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한 공산품이야 꼭 인터넷으로 살 필요가 있나요. 하지만 유기농으로 키운 야채나 과일은 인터넷 아니면 발품을 엄청 팔아야해요.”

서울 노원구 상계 2동에 사는 주부 김성옥씨(37). 첫째딸 재휘(9·상수초교 4)와 둘째딸 재은(5)에게 건강한 먹을거리를 장만해 주겠다는 욕심에서 인터넷에 익숙해진 주부다.

89년 결혼한 뒤 학원강사를 하는 동안에는 친정어머니가 살림을 대신했다. 97년 상계동에 집을 장만해 이사하고 본격적으로 살림을 시작하면서 평소 관심을 가졌던 유기농산물을 찾아다니기 시작.

“어른들이야 별 문제가 없다는 생각이에요. 하지만 쑥쑥 커가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농약투성이 야채나 과일보다 안전한 먹을거리를 장만해주고 싶다는 생각이었죠.”

◇백화점 찾는 발품팔기 "끝"

이사 오기 전까지 살던 서울 송파구에서는 강남의 유명백화점을 쫓아다니며 유기농으로 재배한 농산물을 구입했다. 하지만 몇몇 ‘브랜드’가 붙은 채소 외에는 아이들에게 먹이고 싶은 과일은 구하기 쉽지 않았고 이사한 뒤로는 가까이에서 유기농산물을 접하기 더욱 어려웠다.

지난해 여름 남편과 함께 잠깐 ‘주식투자 바람’이 들었을 때 배우게 된 인터넷이 도움이 됐다. 3월 고속통신망에 가입한 뒤부터 야후와 라이코스 같은 검색엔진을 사용해 ‘유기농’ ‘무공해’ 등의 검색어를 찾았다. 주식투자에서는 별 재미를 못 봤지만 가족들의 식탁을 지키는데는 도움이 된 셈.

처음 주문한 유기농산물 인터넷 쇼핑몰은 ‘이팜’이었다. 4월말 딸기를 구입해 보고는 기대보다도 괜찮은 물건이 배달되는 걸 보고 난 뒤로 점점 인터넷 장보기 횟수를 늘려갔다. 매일 한두 번씩 유기농산물 사이트들을 찾아 먹을거리 정보를 뒤졌다. 야채 과일 육류로 범위를 넓혀가다가 요즘에는 농가에서 직거래하는 무공해쌀도 구입하게 됐다.

“유기농산물을 사는 것도 좋지만 건강식품에 대한 정보를 많이 볼 수 있는 게 좋아요. 그 후부터는 오렌지 같은 수입과일은 잘 안 사게 되네요.”

◇비싸도 '건강 먹을거리' 만족

일반 농산물에 비해 가격은 상당히 비싼 편. 농협에서 운영하는 하나로마트에서 사면 1100원선인 ‘팔당 상수원 파’ 한 단이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1500원까지 붙은 경우가 있다고. 상추 콩나물 오이 풋고추 등은 할인점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설명. 한 달에 7만∼8만원 정도를 두세 차례에 나눠서 구입하고 있다.

남편 류종렬씨(37·대한제지 구매팀 차장)는 “굳이 비싼 유기농산물을 사먹을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익숙지도 않은 인터넷을 뒤져가며 가족들을 위해 쇼핑하는 게 기특해서 격려하기로 했어요”라고 말하기도.

김씨는 방학을 맞아 유기농 사이트들이 제공하는 아이들을 위한 유기농가 탐방 등의 행사에도 적극 참가할 계획이다. 오리농법으로 벼농사를 하는 농가 등이 탐방 코스로 소개돼 있다. 이웃들의 구매 부탁이 늘어 배송료를 아낄 수 있는 공동구매도 계획하고 있다.

“아직까지 유기농이나 무공해 같은 이름이 붙은 우리 농산물의 구색이 제대로 갖춰진 곳이 많지 않고 가격도 최고 50%까지 비싸요. 하지만 생활비 중에서 식비 비중이 그리 큰 것은 아니거든요. 조금 비싸더라도 양심적으로 재배하고 판매하는 농산물이 많아져야 생활도 건강해지는 것 아니겠어요.”

<박중현기자>sanjuck@donga.com

◇주부 김성옥씨의 단골 유기농산물 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