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of the week]김경호 5집

  • 입력 2000년 7월 31일 20시 44분


▶ 와인빛 록으로 가슴 아픈 사랑을 얘기한다.

대중성과 음악성을 고루 잘 섞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 중 하나. 사람들의 변덕스러운 취향을 맞추자니 추구하고자 했던 음악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그렇다고 대중들을 무시하고 음악을 하자니 대중가수로서는 너무나 위험한 모험이다. 이런 이유로 가수들은 앨범을 제작할 때, 많은 고민에 빠지게 되고 완성된 앨범 앞에서도 팽팽한 긴장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최고의 록커라는 타이틀이 아깝지 않을 만큼 뛰어난 가창력을 자랑하는 김경호는 5집을 통해 대중성과 음악성이라는 대명제를 잘 풀어나가면서 대중들에게 한층 가까워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가 이번 앨범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 비장의 무기로 부드러운 록발라드를 선택한 것을 보면 이전과는 다른 마음으로 앨범을 제작하지 않았나 싶다.

그는 이번 앨범을 자신이 직접 프로듀서 하면서 노래 하나 하나에 예전과는 다른 김경호의 모습을 심어놓고 있다. 김경호하면 생각나는 깡마른 체구에 긴 머리를 휘날리는 열정적인 무대매너와 4옥타브까지 치솟는 목소리는 이번 앨범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으나 예전보다 부드러워지고 잘 정돈된 음색으로 사람들에게 한층 가까이 다가선다.

이전의 김경호의 메탈록을 좋아했던 팬이라면 부드러워진 김경호의 노래에 아쉬움을 금치 못하겠지만 이번 앨범의 컨셉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음악을 알리기 위함에 있고, 색다른 변화에 많은 노력과 시간을 쏟아 부었다고하니 아쉬움은 잠깐 접어 놓는 것이 좋을 듯.

N.EX.T와 서태지의 자켓 디자이너로 잘 알려진 전상일의 예술적인 자켓 이미지가 한 눈에 들어오는 김경호의 5집은 누구도 흉내내기 어려운 그의 시원한 샤우팅 창법을 잘 나타내는 곡들로 채워졌다. 그의 변화된 분위기는 타이틀곡 '와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와인'은 '하늘의 뜻을 어긴 사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록 발라드로 하늘의 이치를 거스르면서도 사랑을 지키려고 하는 가슴 아픈 연인들의 심정을 애절하게 노래하고 있다. 바하의 '아다지오' 멜로디를 응용한 '와인'은 록의 강렬함과 클래식의 웅장함을 함께 맛볼 수 있고 그의 폭발적인 가창력을 느낄 수 있다. 김경호 노래의 큰 특징이라면 이루지 못한 사랑에 가슴 아파하는 연인들의 심정이 애절하게 표현된다는 점이다.

그의 히트곡인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들','나의 사랑 천상(天上)에서도' 등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절규에 가까운 목소리는 애절한 사랑의 마음을 표현하기에 더 없이 좋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별을 앞두고 목놓아 울고 싶은 연인들에게 그의 노래는 작은 마음의 위안이 되기도 한다.

타이틀곡 외에도 자우림의 김윤아가 작사한 'Blood', 가장 무도회라는 뜻을 가진 빠른 템포의 'Masquerade' 등은 기존의 록에 인더스트리얼 사운드를 가미하여 좀 더 강렬하면서도 신나게 몸을 흔들어도 좋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너무도 부드러운 멜로디 때문인지 다시 한 번 김경호가 부른 것인지 앨범 북클릿을 들여다 보게 되는 'Delete', 토이 유희열의 곡인 '그때가 아닌 지금', 자신이 좋아하는 퀸의 프레디 머큐리를 생각하며 만들었다는 김경호의 자작곡 'Dear Freddie' 등 그는 이번 앨범에서 한층 성숙되면서도 다양한 변화를 시도한 노래들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김경호는 5집 발매 기념으로 7월 23일 경주 교육문화회관을 시작으로 5개월 동안 12개 도시를 도는 대장정의 콘서트를 계획했다. (서울공연은 8월 17일부터 20일까지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마련될 예정.) 그의 열정적이면서도 폭발적인 가창력을 확인하고 싶은 이들은 김경호의 콘서트로 발길을 돌려도 좋을 듯.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의 쇼킹하면서도 색다른 변신은 보는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하고 또 다른 기대를 품게 한다. 김경호가 5집 앨범에서 보여준 변신은 사람들에게 색다른 느낌을 전해줄 것이다. 이번 여름, 다시 한번 록의 영원한 부활을 꿈꾸는 그의 변신된 모습에서 그의 진가를 다시 한번 확인하길 바란다.

송수연 love41@tubemusic.com

기사제공 : 튜브뮤직 www.tubemusi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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