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전진우/南男北女의 사랑

  • 입력 2000년 7월 27일 18시 59분


남성 듀엣 해바라기는 ‘내 마음의 보석상자’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난 알고 있는데 우리는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 우린 알고 있었지 서로를 가슴 깊이 사랑한다는 것을… 가고 싶어 갈 수 없고 보고 싶어 볼 수 없는 영혼 속에서… 우리의 사랑은 이렇게 아무도 모르고 있는 것 같아 / 잊어야만 하는 그 순간까지 널 사랑하고 싶어.’

머릿속이 하얗게 비는 듯한 사랑의 느낌과 만나고, 사랑의 신열(身熱)로 끙끙 앓고, 이룰 수 없는 사랑에 괴로워해 본 이들이라면 이 노랫말의 애틋함을 무엇에 견주랴.

▷남남북녀 한 쌍의 사랑이야기가 애틋하다. 남녘 남자는 서른 한 살의 재야운동가, 북녘 여자는 스물 다섯 살의 평양 고려호텔 ‘의례원’. 남남(南男)과 북녀(北女)는 지난해 평양에서 열린 ‘8·15 범민족통일대축전’ 때 만났단다. 두 사람은 식사시간마다 만나 사랑을 키웠단다. 남남은 북녀의 설거지를 도와준다고 했고, 북녀는 축구하다 다친 남남의 무릎을 정성스레 치료해주었단다.

▷헤어지던 날 아침 남북의 연인은 말없이 울었단다. ‘가고 싶어 갈 수 없고 보고 싶어 볼 수 없으리라는’ 것을 알기에 가슴으로 울었단다. 서로를 북에서 말하는 ‘껌통’(통통하고 귀엽고 어수룩한 남자), ‘콩새’(장난기 있고 귀여운 여자)라고 부르며 정이 든 남녀는 그렇게 이별했단다.

▷하지만 이제 이 남남북녀는 가고 싶으면 갈 수 있어야 한다. 보고 싶으면 볼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남북시대를 맞았다는 이때 사랑하는 남남북녀가 분단의 벽에 막혀 만날 수 없다면 말이 안된다. 통일은 결국 남북의 사랑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잠깐 만나도 잠깐 만나도 / 심장 속에 남는 이 있네….’ 요즘 남녘 남자가 자주 부르는 북한 가요란다. 그들을 만나게 해야 한다. 사랑의 이름으로.

<전진우논설위원>young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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