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따라잡기]현대 계열사 신용등급 하향조정 이후는...

  • 입력 2000년 7월 24일 16시 36분


현대건설과 고려산업개발의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하향조정됨에 따라 현대그룹은 초비상 사태에 돌입했다.또 시장관계자들은 이번 조치가 다른 기업의 대외신인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신용평가기관인 한국기업평가는 24일 현대그룹에 대한 신용등급 조정을 통해 현재 투자적격 등급의 가장 하위 단계인 현대건설과 고려산업개발의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과 고려산업개발의 신용등급은 기업어음 (CP) 인 현행 A3-에서 B+로, 회사채가 BBB-에서 BB+로 각각 한계단씩 내려갔다.

◆시장의 說이 공론화 됐다는 점에서 주목

이번 조치는 시중에 확산되고 있는 현대건설의 자금난에 관한 설(說)이 신용평가 기관에 의해 공식화 됐다는 점에서 현대측은 물론 시장관계자들도 함께 주목하고 있다.

현대건설과 고려산업개발의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하향조정됨에 따라 이들 회사가 발행하는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은행 및 투자신탁 등과 같은 금융기관이 인수할수 있는 길이 막힘에 따라 두 회사의 자금난은 심화될 것이 자명한 상태다.

문제는 이번 신용등급 하향조정이 두 회사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데 있다.

현대건설에서 촉발되고 있는 '현대 위기론'은 다른 현대 계열사로 확산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현대전자등 현대 주력 계열사들도 강건너 불구경할 처지가 못된다는 것이 자금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현대가 위기론을 안이하게 대처한 것이 원인

한국투신 관계자는 " 이번의 신용등급 하향조정은 현대건설에 초점을 맞추었다기 보다는 현대그룹에 대한 시장의 불신을 반영한 것으로 봐야할것"이라며 " 올들어 곳곳에서 지적하고 있는 현대그룹 위기론에 대해 현대측이 너무 안이하게 대응했다는 지적도 현대가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이번에 신용등급이 하향조장된 현대 계열사들 가운데 한두곳은 나머지 계열사들을 위해 살신성인 할 수밖에 없을 것" 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대우증권 관계자는 "현대건설에 대한 워크아웃 계획이 없다는 정부측의 발언은 현대건설을 법정관리에 집어 넣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게 지금의 시장 분위기 임을 알아야 할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이번 신용등급 하향조치로 현대 계열사들의 자금마련에 상당한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삼성투신운용 채권책임자는 "투신사 펀드운용 규정상 투기등급의 회사채나 기업어음(CP)은 편입할 수 없게 돼있다"며 "두회사가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나 기업어음을 상환하기 위해 차환발행을 하고자 할 경우나 새로 회사채를 발행하려면 특별한 조치가 있어야 하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으로 가고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증자 성공여부가 사활좌우

회사채 시장이 이들 기업을 끝내 외면할 경우 두회사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선 증자를 시도해야 하나 현 시점에서 증자 또한 난망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이날 나머지 현대계열사의 신용등급도 1~2단계씩 하향조정했다.

현대전자 회사채는 BBB-로, 현대종합상사 회사채는 BBB, 현대중공업은 기업어음이 A3+,회사채가 BBB+로 조정됐으며 현대자동차는 기업어음 A3, 회사채 BBB+로, 현대정공은 기업어음 A3, 회사채 BBB+, 현대캐피탈은 기업어음 A3+, 회사채 BBB+등으로 각각 조정됐다.

신용등급은 기업어음이 A3+까지가 투자적격이며 바로 아래인 B+부터 투기등급이고 회사채는 BBB-까지가 투자적격이며 바로 아래인 BB+부터 투기등급으로 분류돼 있다.

김동원<동아닷컴 기자> davis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