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구름위의 정찬', 도심 스카이라운지

  • 입력 2000년 7월 21일 19시 07분


저기 숲이 우거진 쪽 바로 앞이 종묘, 저 건물 바로 뒤편이 우리 아파트네.”

한여름. 거리를 꽉 메운 차량행렬과 빽빽한 콘크리트빌딩 숲 속에서 문득 심신이 고달프다는 생각이 든다면 잠시 도시를 탈출해 보자. 스카이라운지―도심의 스카이라인과 자연을 훤히 바라볼 수 있는 하늘 위의 공간으로.

여기에 입맛에 딱 맞는 요리나 향긋한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곳을 찾는다면 오늘 하루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들 것이다.

◇높이 더 높이

아직까지는 서울에서 가장 높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3빌딩. 59층에 있는 스카이라운지에선 피자 스파게티(스카이피자)나 정통양식(스카이뷰), 칵테일과 커피(스카이바)를 즐길 수 있다.

서울에서 가장 높은 스카이라운지. 분속 540m로 25초 만에 오르는 고층용 엘리베이터나 밖이 훤히 내려다보여 1분 20초간 밖을 감상할 수 있는 관광용 엘리베이터를 탄다. 아니면 1251개의 계단을 걸어 올라갈 수도.

강북에서 가장 높은 스카이라운지인 소공동 롯데호텔 35층 쉔브른은 정통 프랑스식당. 강남에서 ‘최고’인 삼성동 무역센터 52층 바이킹은 뷔페식당이어서 가족단위로 많이 찾는다.

◇눈과 입을 즐겁게

“낮엔 청와대와 북한산이 보이는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그릴이, 밤엔 서울시내 야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캐주얼한 분위기의 카페가 좋습니다.”

옛 종로 화신백화점자리의 종로타워 33층 퓨전레스토랑 탑 클라우드의 이영용지배인은 “‘구름 속의 집’에서 환상적인 전망을 즐기며 어향소스의 고소한 왕새우구이를 맛보라”고 권한다.

유람선 떠가는 한강의 밤풍경이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쉐라톤워커힐호텔(광진구 광장동) 16,17층 스타라이트에선 지중해식 해물요리와 밀라노식 송아지고기 튀김안주가 일품.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 빌딩 서관 19층엔 전문식당가가 자리잡고 있다. 겐지(일식당) 피닉스(중식당) 일폰테(이탈리아식당)에서 비오는 날 촉촉이 젖은 서울벤처밸리를 내려다보는 맛이 괜찮다.

압구정동 창아스포츠센터 9층 오킴스는 아이리시 펍 레스토랑. 압구정거리는 물론 실내수영장이 내려다 보이며 포켓볼을 즐길 수도 있다.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30층 푸드코트 스카이는 여객기 내부를 본떠 만든 인테리어가 특징. 비행기를 타고 서울시내를 내려보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높이 꾸는 꿈

“생각하기에 좋아요. 갈매기 조너선이 된 기분이죠. 복잡하게 엉켰던 일이 갑자기, 불쑥 풀리기도 하고요. 배가 불러지면 용기와 희망도 덤으로 생기죠.”

일이 안풀릴 땐 그 일에서 탈출하기 위해 스카이라운지를 찾는다는 ㈜KPR의 유미하차장(35)의 말.

얼마 전 MBC TV 다큐멘터리 ‘성공시대’에 나온 KSS 해운회사 박종규회장 역시 프라자호텔 22층 양식당 토파즈의 창을 통해 시청과 청와대를 내려다보며 자신의 미래를 꿈꿨다고 했다.

“고층건물이 드물었던 시절엔 꼭 호텔 꼭대기층을 스카이라운지로 꾸몄습니다. 남산중턱에 자리잡은 하얏트호텔도 1980년대 말까지만 해도 꼭대기층인 20층에 뷔페레스토랑이 있었지요. 지금은 로비라운지가 곧 스카이라운지이지만요.”

호텔계에서 30년간 일한 김병설씨(르네상스호텔 상무)는 “객실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져 많이 사라졌지만 역시 스카이라운지는 도시인들에게 꿈과 맛을 주는 휴식처”라고 말했다.

<글·김진경/사진·권주훈기자>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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