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 공급초과로 달러화 이틀째 하락, 1,111.6원

  • 입력 2000년 7월 20일 18시 43분


외국인 주식 순매도 규모 확대에도 불구하고 수급상 공급초과로 달러화가 이틀째 하락했다. 특히 수급이 시장에 앞서는 가운데 주가하락 등 불안심리로 포지션 잉여를 보였던 시장이 이틀간 연속 손절매(stop loss)에 몰리는 양상을 보였다.

딜러들은 향후 외국인 주식순매도세의 지속과 규모확대 여부에 관심을 보이면서도 M&A 관련 매물과 월말 네고장세 진입 등에 따른 공급 요인에 따라 달러화가 추가 하락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고 있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익일물)은 전날종가 1,112.2원보다 높은 1,112.3원에 출발한 뒤 주가 하락 속에 이틀째 계속된 외국인 주식순매도 영향으로 1,113.2원의 일중고점에 일찍 도착한 뒤 강보합 기조가 유지되면서 1,112.8원에 오전장을 마쳤다.

오후장 들어 은행권 포지션 잉여 속에서 1,113원대로의 추격매수가 제한되고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출회되는 가운데 1,112.5원대로, 이어 전자 및 업체 네고물 출회, 특히 기업은행의 신용등급 상향 조정에 따라 1,112원대가 깨지면서 손절매가 촉발, 1,110.7원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장 막판 무렵 재정경제부의 구두개입에 이은 2억달러 가량으로 추정되는 매수개입에 따라 다소 반등하며 1,111.6원에 마감했다.

달러화는 종가기준으로 지난 18일 1,113.5원에서 어제(19일) 1,112.2원을 거쳐 이틀째 하락세를 보였다.

이날 수급은 정유사 결제가 있었긴 했으나 외국인주식투자자금(1억달러), S전자 및 업체들의 네고출회(1억∼2억달러) 등에 따라 공급우위를 보인 것으로 파악된다.

딜러들은 △ 주가하락과 외국인 순매도 지속 및 확대 영향으로 시장 포지션이 다소 롱상태를 보이고 △ 정부의 개입 의지가 서서히 가시화되고 있는 점을 들어 향후 1,110원대를 확고한 지지선으로 굳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한 편이다.

그러나 △ 이틀간 공급우위에 따른 손절매를 맞고 난 뒤여서 지지선에 대한 믿음은 어제까지보다는 약화됐고 △ 일부에서는 통안채 발행 한계 등 통화정책상의 문제를 추론하며 개입여력 약화설을 주장하면서 달러화가 연중최저치는 아니라도 1,110원대를 하향돌파하는 바닥탐색이 좀더 이뤄질 것으로 보기도 한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최근 통화정책상의 문제, 외환 수요 진작책의 한계, M&A 관련 매물의 지속 유입, 월말 네고물량 출회, 시장 포지션의 잉여 상태 등으로 볼 때 달러하락세가 좀더 진행될 것”이라면서 “월말에는 1,107원대의 연중최저치에 도달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다른 딜러는 “수급이 우선이라는 것을 최근 시장이 입증하고 있다”면서 “외국인 주식순매도 확대 등으로 숏이 줄면서 올라갈 준비를 하고 있기는 하나 정부의 물량흡수가 없다면 1,110원을 하향돌파하는 바닥탐색 시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딜러는 “향후 주된 관건은 외국인 주식순매도세의 지속성과 그 규모”라면서 “오늘 순매도 규모가 1,500억원에 육박하면서 향후 나쁜 징후를 보여주고 아시아 투자비중 축소 등이 단기적인 부담요인으로 하락세가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주가가 조정돼 외국인 매도세가 준다면 달러화는 1,110원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정부의 개입 의지가 여전한 것으로 보여 일단 1,111∼1,113원대의 거래를 전망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주 외평채 발행과 국회에서 여야가 7월25일까지 법안통과에 합의해 3조원의 발행동의안에 따른 개입여력은 충분할 것”이라며 정부 개입의지에 변함이 없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한편 이날 거래량은 금융결제원에서 현물환 13억9,120만달러, 스왑 5억1,200만달러 거래됐으며, 자금중개에서는 현물환 11억270만달러, 스왑 8억1,400만달러 체결됐다. 내일 달러/원 기준환율은 1,121.1원에 고시된다.

이기석 <동아닷컴 기자> dong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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