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시절]"마약밀수범으로 몰릴 뻔한 야구해설가 하일성"

  • 입력 2000년 7월 19일 14시 55분


"마약밀수범으로 몰릴 뻔한 야구해설가 하일성"

요즘도 그렇지만 하일성 야구 해설위원은 취재차 외국 여행을 자주한다. 외국어는 거의 못하지만 타고난 입심과 넉살로 어디를 가더라도 불편이 없다.

그런 하씨도 마약범으로 몰릴 뻔한 위기를 겪은 적이 있다. 80년 중반의 일이다. 하씨는 프로팀의 전지훈련 취재차 미국에 갔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때도 짧은 스포츠 머리에 큰 선글라스를 끼고 007 가방을 든 채 잔뜩 폼을 재고 LA 공항에 내렸다.

공항 출입국을 통과해 막 나가려는데 경찰들이 마약 탐지견을 데리고 나타나 잠시 같이 가자고 했다. 당황한 하씨는 짧은 영어로 자신은 한국에서 온 야구 해설위원이라고 말했지만 그들이 알아들었을리 만무였다.

졸지에 공항 경찰대 사무실로 연행된 하씨. 마약 탐지견이 끊임없이 코를 벌름거리며 하씨의 가방 주위를 맴돌았다. 손짓 발짓에다 신분증까지 보여주고 무혐의가 입증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미안한 쪽은 미국 경찰이었다.

그들은 공손한 태도로 사과를 하고 하씨를 VIP들이 통과하는 곳으로 안내한 뒤 깎듯이 거수 경례까지 했다. 이때 하씨를 마중나왔던 한 기자가 그 광경을 봤다. 순간 하씨는 어깨에 힘을 주고 그 경찰의 어깨가지 두들겨 주었다.

그 기자는 역시 하씨는 국제적인 인물이라며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하씨는 어떻게 됐느냐는 그 기자의 물음에 "월남전때 같이 근무한 부하였다"며 태연스럽게 말했다.

아직도 그 기자는 하씨의 말을 믿고 있다. 만약 그 사실을 알더라도 아마 그 기자는 하씨의 순간적인 재치에 박수를 보낼텐데...

< Cyber Reporter entersport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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