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출근전쟁]분당/"30분 출근길 4년새 90분으로"

  • 입력 2000년 7월 18일 19시 05분


“오늘은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매일 아침이면 고민에 빠집니다.”

분당 신도시에서 서울 서초구 방배동으로 5년째 출근하고 있는 유상규씨(44·경기 성남시 구미동 까치마을 신원아파트). 분당으로 이사온 직후인 96년만 해도 출근길이 정말 상쾌했다. 30분이면 충분해 서울시내에서 다닐 때보다 시간도 절약됐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출근길이 짜증길로 변하더니 올해 들어서는 1시간∼1시간반씩 소요된다.

제헌절 연휴가 끝난 18일 오전 8시. 집에서 출발해 10여분만에 경부고속도로 판교톨게이트 진입로로 접근하자 1km 전방인 양현교 앞부터 밀리기 시작한다. 편도 3차로를 가득 메우고 있는 차량행렬이 마치 거대한 주차장을 연상시킨다. 톨게이트를 통과해 고속도로로 들어서자 다시 달래내고개부터 막히기 시작, 서초 방면으로 나갈 때까지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직장까지 걸린 시간은 1시간10분. “방학이고 휴가철이라 그래도 나았던 겁니다. 평소의 월요일 출근길은 지옥길이나 다름없어요.”

유씨가 평소 자주 이용하는 분당∼내곡간 도시고속화도로도 사정은 마찬가지. 고속화도로에 진입해 조금 가다보면 첫 고개부터 막히기 시작한다. 떠밀리듯 고등지하차도를 지나 내곡터널을 빠져나가는 데 걸리는 시간만 30분. 다시 헌릉로를 타고 양재역 사거리를 지나가는 데 25분이 걸린다.

분당 신도시 주민들의 서울 출근길이 갈수록 막히고 있다.

분당에서 서울로 연결되는 주요 도로는 경부고속도로와 분당∼내곡간, 분당∼수서간 도시고속화도로, 분당∼잠실간 성남대로 등 4개. 이 정도면 인구 40만 분당시민이 이용하기에 충분한 도로여건이다.

그러나 수지, 기흥, 구성 등 용인 서북부지역의 인구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교통량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성남시는 지난해 말 2002년 이후 용인∼분당∼서울간 출퇴근 시간대 교통량이 현재보다 최고 5배 이상 늘어나 분당 일대가 교통지옥으로 변할 것이라는 어두운 교통전망 보고서를 내놓았다.

늘어나는 교통량은 이미 분당 내에서도 전례 없는 교통체증을 유발하고 있다. 청담대교 개통으로 한번에 강변북로까지 연결되는 분당∼수서간 도시고속화도로가 평일 낮시간대에도 매송지하차도 앞 구간, 오리역 부근 등 구간에 따라 체증현상을 보이고 있다.

또 서현동 분당제생병원 앞 양현교에서 광주 오포면 태재고개까지의 도로도 오포 일대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상습정체 구간이 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백궁 정자지역에 초고층 아파트 신축붐이 일면서 분당을 관통하는 성남대로의 교통사정도 악화될 전망이다.

<분당〓남경현기자>bibulus@donga.com

▼용인 고기리~서울 양재 도로 조기완공▼

건설교통부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분당 신도시와 용인 일대의 교통난 완화를 위해 4월에 확정한 ‘수도권 남부지역 교통시설 확충 계획’ 중 일부 노선의 사업 시기를 앞당기기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경기 용인시 수지읍 고기리에서 서울 서초구 양재동을 연결하는 12.0㎞ 구간이 당초 계획보다 2년 앞당겨진 2006년말 완공된다. 용인시 구성면 마북리 삼막곡에서 구성면 청덕리 연수원까지의 2.8㎞ 구간도 당초 계획보다 1∼2년 앞당겨진 2004년말 개통된다. 분당 신도시∼고기리 구간(4.5㎞)의 착공은 2003년 3월에서 2002년 8월로 조기화된다.

<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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