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Trend]넘치는 정보 "선발 프리미엄 없다"

  • 입력 2000년 7월 16일 19시 10분


전통적인 사업은 정보의 경제논리와 사물의 경제논리 간의 타협에 의해 이뤄진다.

일반 가게의 상품진열대를 생각해 보자. 상품진열대는 고객들의 구매 결정에 필요한 사항들을 가르쳐주는 게시판(정보적 측면)인 동시에 제조공장과 소비자 사이에 존재하는 재고품 보관 장소(사물적 측면)이다. 상품진열대가 클수록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선택의 폭이 넓어져 매출은 올라가지만, 재고 증가 및 규모 확장을 위한 비용으로 인해 혜택은 상쇄될 것이다. 따라서 소매업체는 게시판의 역할이라는 정보의 경제논리와 재고의 보관이라는 사물의 경제논리 사이에서 타협을 해야 한다.

타협의 형태는 업종에 따라 다르다. 고가품 판매업체는 정보의 경제논리에 중점을 두는 반면 할인 판매업체는 재고의 경제논리를 중요시한다.

▽정보의 윤택성과 도달성〓정보의 경제논리에는 하나의 법칙이 존재한다. 얼마나 깊은 정보를 풍부하게 제공해줄 수 있는가(윤택성)의 측면과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가(도달성)의 측면은 반비례 관계를 형성한다는 법칙이다.

윤택성은 사용자가 판단하는 정보의 질을 의미한다. 이 정의는 일반적으로 정보의 깊이와 폭을 가르키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반면 도달성은 그 정보를 공유할 대상의 수가 얼마인가 하는 것이다.

최근까지는 풍부한 정보를 적은 사람들이 공유하거나 개략적인 정보를 많은 사람이 공유했다. 풍부한 정보를 많은 사람이 동시에 공유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런 반비례 관계가 기존 정보의 경제논리의 핵심이었다.

▽반비례 관계가 무너진다〓디지털 네트워크 기술은 많은 사람이 많은 양의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해 윤택성과 도달성의 반비례 관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기술의 발달로 인해 이러한 변화가 가능하게 되었다.

인터넷의 급속한 보급으로 이제 대부분의 사람이 싼 값에 전세계의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인터넷의 기반인 디지털 세계에서는 다양하고 방대한 양의 콘텐츠가 제공될 수 있다. 갈수록 접속이 쉬워지고 정보 공유를 위한 표준이 생겼다는 점이 바로 도달성과 윤택성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정보불균형 해소에 따른 가치사슬의 해체〓이러한 가치사슬의 해체 현상은 지금까지 안정적으로 운영된 사업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부터 위협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현재의 가치사슬 중 기존 업체가 경쟁 열위에 있는 분야나 노른자위만을 집중적으로 공략받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진입장벽이었던 영업·판매망과 체인점 배달체계 등 수년간 많은 투자를 통해 구축한 기존 체제에서의 역량이 비용만 많이 드는 부담으로 둔갑할 수도 있다.

모든 사람이 많은 양의 정보를 교환하게 되면 모든 기업활동을 망라하는 기존 방식이 무너진다. 기존 체제에서 경쟁 우위를 굳혀온 기업들은 경쟁 우위가 사라지는 것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 프로세스가 바로 가치 사슬의 해체이다.

박종만(보스턴컨설팅그룹 팀장)Park.Jongmahn@BC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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