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대정부질문]쟁점 떠오른 박병윤-장영신의원 사건

  • 입력 2000년 7월 14일 18시 52분


《한나라당이 11∼14일 국회 대정부 질문 과정에서 민주당의 장영신(張英信), 박병윤(朴炳潤)의원 등의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를 ‘전례없는 편파 및 늑장 수사’로 규정하며 집중적으로 의혹을 제기함에 따라 이 문제가 정치적 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측은 과거의 ‘부정선거 공방’과 달리 두 의원의 부정선거를 입증하는 구체적인 자료라며 270여쪽에 이르는 관련 문건을 제시했고, 이미 대표연설을 통해 국정조사 또는 특별검사의 임명을 통한 수사까지 요청해 놓은 상황이어서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민주당측은 “4·13 총선은 사상 유례 없을 정도로 깨끗한 선거였다”며 한나라당측 주장들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두 사건의 개요와 양측 주장을 정리한다.》

▼박병윤의원 사건/野 금품살포 메모 제시에 "날조된 것"▼

박의원의 선거법위반 혐의 내용은 금품 살포와 허위 사실 공표 등 크게 2가지.

박의원측이 선거 당시 투표구책 182명 등 240여명의 선거책임자들에게 적어도 1억3278만여원을 건네고 한나라당 장경우(張慶宇)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유권자들에게 ‘대부도를 팔아먹은 사람’이라는 식으로 흑색선전을 펴 선거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한나라당측 주장.

장후보측은 4월22일 박의원을 수원지검에 고소하며 박의원측 선거 책임자 가운데 한 사람인 유모씨가 작성한 노트 및 메모지를 증거물로 제시했다.

각각 60쪽과 44쪽 분량인 이 ‘증거물’에는 경기 시흥 지구당의 조직망, 선거대책회의 내용 및 살포됐거나 집행 예정인 선거자금으로 보이는 금액 등이 날짜와 함께 상세히 기록돼 있다.

따라서 검찰이 의지만 있다면 박의원측의 금품 살포 혐의를 입증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게 한나라당의 주장이다.

장후보는 또 “대부도는 주민 의견조사를 거쳐 안산시로 편입됐기 때문에 내가 영향력을 행사해 안산시로 넘겼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의원은 11일 본회의 신상 발언을 통해 이 노트와 메모지가 ‘날조’라고 말해 한나라당측 주장을 일축했다.

그러나 박의원은 이에 앞서 본보 취재진과의 통화에서는 유씨가 문제의 노트를 작성한 사실을 시인하면서 “그러나 이는 유씨가 2002년 도의원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선거운동 전략과 자금집행 계획을 짜 본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었다.

당사자인 유씨도 자신이 이 문건을 작성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장영신의원사건/애경직원 선거운동 "조직적" "자발적"▼

장의원사건은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4월10일 총선연대가 “애경유화㈜ 직원 100여명이 차출돼 주민들에게 입당 원서를 받는 등 불법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폭로하면서부터 이번 선거의 대표적 불법 사례로 거론되기 시작됐다. 총선연대는 이날 증거물로 직원들이 선거운동을 벌인 날짜와 장소, 내용 등이 기록된 내부 자료를 공개했다.

그러나 서울지검 남부지청은 5월31일 장의원을 기소하면서 투표 당일 지역구를 돌며 선거운동을 벌인 혐의만 적용했고 이에 대해 한나라당측은 ‘축소 수사’라며 반발하고 있는 것. 선관위도 검찰의 수사 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며 법원에 재정신청을 낸 상태다.

이에 대해 검찰은 직원들이 동원된 것은 사실이지만 장의원의 개입 혐의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이고 장의원 자신도 14일 본회의에서 “선거운동은 직원들의 자발적인 행동이었다”고 주장했다.

<하종대기자>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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