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Living]대통령후보 부인 요리솜씨 경쟁

  • 입력 2000년 7월 4일 19시 14분


올해의 대통령 선거전에서는 주로 선거자금 마련과 사회 연금제도 등에 대한 후보의 입장이 이슈가 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 중요한 문제, 즉 누구의 아내가 쿠키를 제일 잘 만드는가 하는 문제를 생각해볼 때가 됐다. 역대 대통령 후보들이 강조했던 가족의 가치에 아내의 요리솜씨도 포함되니까 말이다.

이번 2000년 대통령 선거전의 쿠키 콘테스트에서는 초콜릿 칩, 호두, 코코넛을 넣은 쿠키가 생강과 당밀을 넣은 쿠키와 경쟁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초콜릿 칩 쿠키가 유리한 것 같다.

수십년 전부터 대통령 선거전에 나선 후보들은 자기 가족만의 요리법을 공개해야 했다. 특히 대부분의 아내들이 사회활동을 하지 않던 옛날에는 대통령 후보 가족의 요리법이 후보의 가정생활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는 창문의 역할을 했다.

그러나 미래의 대통령 부인들이 쿠키 굽는 실력을 서로 겨루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1992년에 힐러리 로댐 클린턴은 남편이 아칸소의 주지사로 있을 때 자신은 변호사로 활동하던 얘기를 하면서 저 유명한 쿠키 발언을 했을 때부터 시작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 때 그녀는 “나는 그냥 전업주부로 집에 머물면서 쿠키를 굽고 차를 마시는 생활을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남편이 공직에 나서기 전부터 하고 있던 내 일을 계속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말을 통해 힐러리가 진짜로 하고 싶었던 말은 아마 여성들이 전업주부가 아닌 다른 생활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발언은 그녀의 의도와는 반대로 쿠키 콘테스트를 낳았다. 잡지 ‘패밀리 서클’이 힐러리의 초콜릿 칩 쿠키 요리법과 바버라 부시의 쿠키 요리법을 게재했던 것이다.

‘패밀리 서클’은 독자들에게 어떤 요리법이 더 좋은지 투표를 해달라고 했고, 이 투표 결과는 11월의 대통령 선거 결과를 미리 예언하는 꼴이 되었다.

그로부터 4년 후에도 힐러리의 초콜릿 칩 쿠키는 엘리자베스 돌의 호두 쿠키에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그리고 이번 2000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티퍼 고어의 생강 쿠키와 당밀 쿠키가 로라 부시의 카우보이 쿠키 앞에서 제대로 버티지를 못할 것으로 보인다. 부시의 쿠키에 초콜릿이라는 마법의 재료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놀라운 점은 여러 가지 재료가 풍부하게 들어간 이 쿠키들이 너무나 따분하게 보인다는 것이다. 게다가 원래 부시가 제공한 요리법에는 쿠키를 10∼12분 동안 굽는다고 되어 있는데, ‘패밀리 서클’은 이를 17∼20분으로 바꿔놓았다.

필자의 친구 하나는 이 잡지에 실린 방법대로 쿠키를 만들었더니 턱뼈를 부러뜨릴 것처럼 단단한 쿠키가 나오더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 쿠키 콘테스트와 관련해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만약 이 콘테스트 결과가 유권자들이 어떤 후보를 선택해야 하는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면, 고어 부통령과 부시 주지사의 요리 콘테스트도 필요하지 않을까. 두 사람이 테네시 바비큐와 텍사스 바비큐로 대결을 벌인다면 최소한 그 요리는 턱뼈를 부러뜨릴 것처럼 단단하지는 않을 것이다. (http://www.nytimes.com/library/style/weekend/070200wh-cookies.html)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