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손영환/美, NMD배치 신중해야

  • 입력 2000년 7월 4일 18시 44분


미국에서는 지금 대선 정국과 맞물려 국가미사일방어체제(NMD) 구축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사실 NMD 논쟁의 기원은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과 소련은 대륙간탄도미사일 방위를 위한 무기개발에 착수했다.

그러나 탄도미사일 공격으로부터 자국영토를 방위하는 방법보다는 양국이 상호협정에 의해 공격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해 1972년 5월 대탄도미사일(ABM) 조약을 체결했다. 이 조약은 전략 탄도미사일을 방어할 수 있는 체제를 서로 제한한다는 것이 핵심내용. 이렇게 함으로써 핵탄두 미사일을 이용해 선제공격을 해도 상대방의 잔여 핵전력 공격에 의해 자신도 괴멸될 수 있다는 소위 ‘상호확증파괴(MAD)’ 이론에 의해 ‘공포의 균형’ 상태를 유지하게 함으로써 핵공격을 자제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효과를 발휘했다.

그러나 83년 3월 레이건대통령은 “포괄적이고 집중적인 노력을 통해서 장기적인 연구개발 프로그램을 정의하여 우리의 궁극적 목표인 전략 핵미사일 위험을 제거하는 과업에 착수할 것”을 지시했다.

이 지시는 위성체계, 레이저 무기, 운동에너지 요격체 등을 이용해 소련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우주에서 격파하는 ‘전략방위구상(SDI)’의 시발점으로서 미국의 핵전략이 기존의 ‘보복적 억제’ 전략에서 ‘거부적 억제’ 전략으로 변환하는 분기점이 됐다.

SDI구상은 91년 부시가 집권하면서 기술적 문제와 막대한 비용 문제 등을 고려해 SDI의 축소형인 ‘제한 공격에 대한 세계방호(GPALS)’ 체제로 전환됐다. 그러나 클린턴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별들의 전쟁’으로 불리는 SDI의 종식을 선언하고 탄도미사일 방어구상으로 재전환한 것이다.

미국의 NMD는 SDI를 추진할 때부터 고려됐으며 기술준비와 배치준비 단계를 거쳐 획득단계에 있다. 미국의 현 NMD는 지휘 통제 통신기지, 추적레이더 및 요격체 수십발을 1차적으로 배치하는 계획으로 배치 결정 후 3년 내에 완료할 수 있는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를 위해 NMD 구성요소 통합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요격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NMD에 대해 찬반론이 뜨겁다. 반대론은 수백억달러에 이르는 비용문제와 기술적으로 NMD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고,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외교적으로 막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상황 등을 들어 NMD 개발은 유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또 미국이 NMD를 강행하면 중국이 핵전력을 강화하고 러시아와 협력관계를 맺게 돼 군축노력이 위험에 빠질 수 있고 궁극적 목표인 미사일 방어력이 더 약화될 수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 대한 미사일 위협 문제는 한 나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며 이미 여러 나라가 예상보다 빨리 미사일 개발능력을 갖추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클린턴대통령도 남북한 관계개선과는 관계없이 임기내에 NMD 배치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미국의 NMD는 동북아 안보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NMD가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NMD 배치는 중국의 핵미사일 증강을 초래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중국의 전력증강은 양안(兩岸)관계 악화, 인도와 파키스탄의 미사일 증강을 부추기게 될 것이며 아시아 지역에 미사일개발 도미노 현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도 미국이 NMD 배치를 위해 ABM 조약 위반시 각종 군축협정을 파기하겠다고 경고하고 핵전력 증강도 공언하고 있다. 이런 상황전개는 미국이 그동안 추진해온 세계적인 군축과 비확산 정책에도 위배된다고 할 수 있으며 한반도 안정에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미국은 국제 안보정세의 변화, 군축-비확산 정책에 미치는 영향, 국제사회의 여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NMD 배치여부를 결정해야 하며 ABM 조약 개정문제도 미국과 러시아간 합의에 의해 원만하게 타결되기를 기대한다.

손영환(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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