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한강변서 놀며 배우는 김숙경씨 '자녀교육법'

  • 입력 2000년 7월 3일 19시 08분


“엄마. 해가 나왔어.”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사는 김숙경씨(33)는 초등학교 1학년짜리 주형이, 유치원에 다니는 지인이 두 아이와 곧잘 산책을 나간다. 맨발로 땅바닥도 밟고, 돌멩이들을 주워 성도 쌓고, 갖가지 나뭇잎들을 모아서 큰 순서대로 늘어놓는 것이 다 공부라고 생각한다.

▼길▼

근처 올림픽공원과 백제고분, 석촌호수와 롯데월드, 삼성어린이박물관이 아이들과 함께하는 산책로. 산책에서 발견한 들꽃과 돌멩이 나뭇잎이 아이들의 장난감이자 교과서가 되고.

“아이들이 나뭇잎의 줄기를 들여다보게 하세요. 들꽃과 꽃받침이 어떻게 생겼는지 물어보세요. 관찰력이 절로 길러집니다. 무엇을 그려도 세밀한 부분까지 표현하려고 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그림이 확 달라져요.”

‘돈 안들이고 아이 잘 키우는 방법 60’의 저자다운 자연 교육론. 김씨는 “가끔 아이들이 들꽃이나 풀의 이름을 물어보는데 잘 모를 때는 솔직하게 모른다고 말해준다”며 “중요한 것은 아이들에게 자연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므로 이름을 모른다고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가 최근 찾은 산책로가 한강둔치라는데….

▼강▼

답답한 도심 속에서 한강은 도시의 숨통을 열어준다. 강물이 흐르는 한편으로 이름 모를 풀과 들꽃이 조그만 꽃으로, 파란 이파리로 제각기 피어난다. 마음이 화려하고 소란한 사람에게는 들꽃의 조용하고 소박한 아름다움이 보이지 않겠지만 ‘가난한’ 사람들에겐 구원일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시절, 실직한 가장이 죽음을 생각하며 한강에 나왔다가 강인하게 피어나는 들꽃을 보면서 삶의 의욕을 되찾지 않았던가.

“엄마. 하얀 꽃이 눈물을 흘리는 것 같아.”(지인)

“아니야. 밤에 비가 와서 그래.”(주형)

한강에서 어릴 적 추억을 줍는 것 역시 예기치 않은 소득이다. 엄마의 소녀시절, 토끼풀이라 일컫는 클로버의 하얀 꽃을 묶어 꽃반지 꽃시계 화관을 만들었고 네잎클로버를 찾느라 해가 지는 줄도 몰랐다. 털이 복슬복슬한 강아지풀로 귓가를 간질이던 친구들은 뭘 할까? 요즘 엄마들은 옛날 엄마들처럼 풀을 뜯어 인형을 만들 줄 알까? 들풀을 엮으며 딸에게 들려주던 엄마의 소박한 꿈은 또 어떻고….

▼꽃▼

도심의 한강을 집안으로 들여놓을 방법은 없을까? 공예전문 큐레이터 전명옥씨(‘핸드 앤 마인드 갤러리’대표)는 “산책하다 마주친 풀과 꽃으로 아이들과 집안꾸미기를 해보라”고 제안.

전씨는 “잡풀이나 들꽃은 도자기에 꽂아놓으면 어떤 화려한 서양 꽃보다도 소담스럽고 아름답다”고 말한다.

특히 백자와 분청사기가 잘 어울려 도자기작가 중 이세용 정인모씨는 매끄러운 백자표면에 부드러운 붓으로 들꽃을 소박하게 그려넣고 이무아 김지영씨는 거친 분청에 손으로 들풀을 자연스럽게 새긴다.

그러나 굳이 분청이나 백자가 아니더라도 머그컵 술잔 종지 간장주전자에 꽃을 소담하게 꽂아도 된다. 창가를 장식하거나 아이들 책상 위에 놓아주어도 멋스럽다.

들꽃은 키가 작아 시야를 방해하지 않기 때문에 식탁에 놓아도 좋다. 메뉴가 한식일 때 특히 잘 맞는데 들꽃이나 잡풀에 얽힌 얘기를 화제로 삼으면 식탁이 더욱 풍요로울 수 있다.

<김진경기자>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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