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장외닷컴 ‘잔인한 여름’…3월후 폐업속출

입력 2000-07-03 18:41수정 2009-09-22 14:10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벤처업계에 때아닌 찬바람이 불고 있다.

창업투자회사나 엔젤투자자들이 깐깐하게 나오면서 상당수 장외벤처업체들이 투자자금을 유지하지 못해 자금난에 쪼들리고 있는 것. 운 좋게 등록심사를 통과했으나 매출이나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코스닥 벤처기업들도 유동성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3월 중순 이후 코스닥 주가가 급락하고 투자자들의 ‘옥석가리기’가 본격화하면서 나타난 현상들이다. 많은 장외 벤처기업들이 6개월 단위로 자금을 조달한다. 3월 이후 신규자금을 받지 못한 곳은 9월쯤 되면 바닥이 드러난다는 얘기다.

▽99년생 장외닷컴이 쓰러지고 있다〓벤처컨설팅업체인 디조벤처의 김국환사장은 “장외에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닷컴대표주자였던 옥션이 코스닥등록예비심사에서 탈락한 3월중순부터”라고 말했다. 때마침 코스닥 주가까지 곤두박질치면서 엔젤투자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자금이 넉넉지 않은 100여개의 신생 창투사들도 투자자금 회수가 늦어지자 신규투자를 줄여나갈 수밖에 없었다.

최대의 희생양은 벤처붐을 타고 99년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닷컴들이었다. ‘코스닥에만 들어가면 떼돈을 벌 수 있다’는 계산으로 홍보와 덩치키우기에 돈을 썼는데 증자 단가가 작년의 절반 가량으로 떨어지면서 자금조달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 실제로 4월 중순부터는 자금고갈로 문을 닫는 곳이 하나둘 생겨났다고.

한국기술투자 현봉수 과장은 “코스닥이 9월까지도 회복하지 못하면 서울벤처밸리에 빈 사무실이 생기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외벤처 중에는 6개월 단위로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많은데 상당수의 업체가 3월 중순 이후 자금조달에 실패했다는 것.

디조벤처 김사장은 “코스닥 주가가 살아난다 하더라도 옥석가리기에 따라 상당수 장외벤처들이 간판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경우 창투사가 손을 댄 100개 업체중 평균 5개 업체만이 살아남는데 반해 우리나라에선 지금까지 문 닫은 벤처기업이 거의 없을 정도로 비정상적이라는 것.

▽“우리 인수해 달라”〓코스닥 등록업체의 사정은 장외업체들보다 훨씬 나은 편. 특히 작년 하반기에 등록해 올 3월까지 유상증자를 마친 닷컴업체들의 자금사정은 매우 좋다. 인터넷대표주인 새롬기술, 핸디소프트 등은 1000억원이 넘는 현금을 어디에 쓸까 고민중이라고 한다. 모 업체의 경우 최근 서너개의 장외벤처기업들이 ‘그 돈으로 우리를 인수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는 것.

현대증권 오성진 과장은 “상당수 코스닥 닷컴기업들의 문제는 자금의 효율적 사용, 즉 ‘자금을 대준 투자자들에게 짭짤한 이익을 안겨다줄 수 있는 확실한 사업모델을 얼마나 빨리 찾아내느냐’”라고 말했다. 하지만 코스닥 심사가 까다롭지 않았던 작년 말부터 올 3월까지 등록한 98,99년생 닷컴기업들은 안심할 수 없다는 게 증권가 시각. 동원경제연구소 정동희 선임연구원은 “투자계획이 차질을 빚거나 2·4분기 이후 실적이 저조한 업체는 자금난을 겪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