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월드]게놈완성…생명과학 새지평 열렸다

  • 입력 2000년 6월 25일 19시 42분


비록 초안이기는 하지만 ‘인간 유전자 지도(게놈)’ 작성은 인간 생명의 신비를 밝혀줄 혁명적 성과로 평가된다.

1990년 10월부터 미국 에너지부와 국립보건원(NIH)이 주축이 돼 영국 프랑스 일본 등 18개국 정부가 참여한 인간 게놈 프로젝트(HGP)에는 30억달러가 투입됐다. 1960년대 미국이 인간을 달에 착륙시키기 위해 추진한 ‘아폴로 계획’이후 최대규모의 프로젝트인 셈.

인간게놈은 심장병 암 알츠하이머병은 물론 에이즈에 이르기까지 유전자 이상으로 인한 각종 질병의 원인을 근본부터 밝힐 수 있게 해 의학과 약학을 포함한 생명과학의 새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유전자 지도란〓게놈(genome)이란 유전자(gene)와 염색체(chromosome) 두 단어를 합성한 말로 생물 세포에 담긴 유전정보 전체를 뜻한다.

인간의 몸에는 세포 속의 세포핵에 ‘이중 나선형’으로 꼬인 23쌍(46개)의 염색체에 모든 유전정보가 담겨 있다.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물질이 DNA이며 DNA는 아데닌 구아닌 시토신 티민 등 네가지 염기의 다양한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번에 발표되는 인간 유전자 지도는 바로 이 30억개의 DNA 염기서열이 이떤 구조를 가지고 어떻게 배열되어 있는 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유전자 지도 작성의 의의〓유전자 지도의 완성으로 암 당뇨병 고혈압 같은 신체질환은 물론 정신분열증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 등에도 유전자 치료가 가능해 질 것으로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DNA 조각을 빼곡이 채워 넣은 DNA 칩에 혈액이나 세포를 반응시키면 앞으로 어떤 질병에 걸릴지를 몇 시간내에 알아낼 수 있다. 또 병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찾아내 정상유전자로 대체해 병을 고치거나 유전자백신으로 병을 예방할 수도 있다.

물론 이런 일이 당장 가능한 것은 아니다. 유전자 하나하나의 기능과 개인간 또는 세포간 염기서열의 차이를 추가로 밝혀내야 하기 때문이다.

▽부정적 측면〓그러나 인간 게놈은 ‘만병통치약’만은 아니다. DNA의 비밀이 밝혀지면 유전자정보 조작도 가능해져 인간이 신의 영역을 침범한다는 거센 윤리적 종교적 논쟁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가령 태아에게 새로운 유전자를 주입하는 ‘주문형 태아’나 복제인간의 탄생을 배제할 수 없다.

유전자 정보를 둘러싼 특허권 문제도 논쟁거리. 각국 정부와 HGP팀은 유전자는 발명이 아니라 발견의 대상이므로 특허권을 부여할 수 없다며 무료로 공개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에 대해 셀레라 제노믹스사 등 민간 업계는 그동안 게놈에 투입한 엄청난 비용을 어디서 보상받느냐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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