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정부 “공적자금 30∼40兆 추가조성 불가피”

  • 입력 2000년 6월 25일 19시 42분


금융시장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당장의 위기를 넘기는데만 급급하는 ‘땜질식 대응’으로 일관해 온 정부가 최근 들어 ‘관치’라는 비판을 듣더라도 각종 불안 요인을 한꺼번에 일괄 처방하는 방식으로 정책 기조를 전환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는 ‘공적자금 추가 조성 불가’라는 종전의 완강한 입장을 수정해 금융 부실이 더 불어나기 전에 국회 동의를 받아 공적 자금을 추가로 조성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어 주목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5일 “현 금융시장은 금융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각종 악재가 잇달아 돌출돼 향후 전망이 극도로 혼미한 형국”이라며 “상황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공적 자금의 추가 조성을 포함해 다각도의 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자금 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10조원 규모의 채권전용펀드와 비과세상품 허용 등 각종 대책을 쏟아낸 것도 대우사태 이후 시도해 온 임기응변식의 산발적 대응으로는 시장 불안을 가라앉히는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부는 금융 위기를 정공법으로 돌파하려면 최대 30조∼40조원의 공적 자금 조성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자금 조성 시기와 방법 등에 대한 실무적인 검토를 벌이고 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6월의 종금 위기와 같은 사태가 재연되면 현재 확보한 재원만으로는 대처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면서 “공적 자금을 조성하려면 국회 등 국민적 공감대가 선결돼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아 공론화를 못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재경부는 최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보고에서 “예측하지 못한 소요가 추가로 발생해 기존에 투입된 64조원으로 감당하기 어렵게 될 경우 국회 동의를 받아 추가 조성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예금보험공사도 “금융구조조정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이렇게 되면 정부와 협의해 재원 마련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보고했다.

정부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공적 자금으로 올해 20조원과 내년 10조원 등 30조원이 필요하며 이 돈은 이미 투입된 공적 자금을 재활용하면 충분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최근 자금사정이 급속히 경색되고 투신과 종금의 위기가 은행을 포함한 전 금융권으로 번질 조짐이 보이자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영남종금 영업 정지로 1조원 이상의 예금대지급 수요가 추가로 발생한데 이어 △종금사의 예금보험공사 자회사 편입 △은행 대손충당금 적립을 위한 후순위채 매입 △대우 연계콜분쟁 해소 등 추가로 써야 할 공적 자금 금액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부 일각에서는 최근 들어 부쩍 활발해진 경제부처 개각설과 연관지어 개각 직전에 현 경제팀이 ‘총대’를 메고 공적 자금 조성 방침을 밝히거나 새 경제장관들이 추가 조성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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