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2010년 첨단상품]사고예방기능 車

  • 입력 2000년 6월 22일 19시 35분


미시간주 브라이튼 근처의 I-96 도로에서 특수하게 개조된 오펠 벡트라 자동차를 타고 시속 110km로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 때 자홍색 캐딜락 한 대가 갑자기 끼어들었다. 조수석에 앉아있던 기자는 기자 앞에 있지도 않은 브레이크를 열심히 밟는 시늉을 하면서 몸을 한껏 등받이에 기대고 타이어가 끌리는 소리가 들리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기대하고 있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우리가 타고 있던 자동차가 스스로 부드럽게 감속을 했기 때문이었다. 이 일이 벌어지는 동안 운전자는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지도 않았다. 그는 오펠 벡트라의 시범을 보이기 위해 미리 짜여진 각본에 따라 일부러 우리 앞으로 끼어든 캐딜락을 한 번 흘금 쳐다보고는 하던 대화를 계속했다.

캐딜락이 사라지자 오펠 벡트라는 이전의 속도를 회복했다. 그리고 운전자는 조금 전의 일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설명해주었다. 오펠 벡트라에는 델피 오토모티브 시스템이 자동차의 추돌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개발한 '적응 주행 조절장치(Adaptive Cruise Control)'가 설치돼 있었다. 덕분에 차 앞부분에 설치된 레이더가 불쑥 끼어든 자동차를 감지하고 우리 자동차 속도에 대한 그 자동차의 상대속도를 계산한 다음, 그 정보를 자동 조절판과 브레이크 조절장치로 보냈다. 따라서 자동차의 시스템은 우리가 앞 자동차와 충돌코스에 있다는 것을 감지하고 운전자의 행동을 무시한 채 사고 예방조치를 취한 것이다.

미래의 자동차가 갖추게 될 사고예방 장치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우선 졸음운전을 감지해서 운전자에게 경고를 내보낼 수 있는 자동차가 앞으로 몇 년 안에 나올 것이다. 또한 운전자가 아무리 거칠게 운전을 해도 자동차의 움직임을 부드럽게 바꿔주는 기술도 있으며 도로 상태와 상관없이 언제나 쾌적한 승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도 있다. 심지어는 어떤 기술로도 도저히 사고를 방지할 수 없을 때 차에 타고 있는 사람들의 자세와 위치에 따라 에어백을 조정하는 사고가 난 후에는 자동으로 구급차를 호출하며 자동차 안의 상황을 영상으로 전달해주는 자동차도 연구되고 있다.

사고방지를 위한 기술들은 대부분의 자동차 사고 원인이 인간의 실수라는 창피스러운 진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자동차와 운전자의 관계는 곧 급격하게 변할 것이다. 말없는 마차로 불리던 자동차가 운전자 없는 자동차로 변신하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일 뿐이다.

(http://www.nytimes.com/library/magazine/home/20000611mag-car.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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