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Business]실버세대서 '골드' 캐낸다

  • 입력 2000년 6월 22일 19시 34분


행크 메릴(60)은 2년 전 자신이 일하던 뱅크 오브 아메리카가 네이션즈뱅크에 인수되면서 영업부장이라는 일자리를 잃었다. 그는 은퇴를 해도 될 만큼 돈을 갖고 있었지만 그냥 일을 계속하고 싶어서 일자리를 찾아보았다.

그러나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일을 열심히 하지 않고 활기도 없으며 월급만 많이 받아간다는 선입견 때문에 쉽사리 일자리를 구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인력공급 회사인 댁 어소시에이츠(DAK Associates)의 조엘 해리슨은 메릴의 가치를 알아보았다. 그는 메릴에게 시카고의 금융 회사인 누빈 투자의 서해안 지역담당 부사장 자리를 주선해주었고 메릴은 자기보다 20년 이상 아래인 동료들을 제치고 이 회사에서 최고의 영업실적을 올렸다.

메릴의 상사인 마이클 포스틀(38)은 "행크는 엄청난 신용을 갖고 있다"면서 "그렇게 오랫동안 일을 한 사람들은 좁은 업계에서 놀라운 인간관계들을 쌓아놓고 있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메릴의 사례는 고용주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즉 나이가 든 사람들이 더 받아 가는 월급 만큼의 가치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오랜 경험과 인맥을 갖고 있으며 때로는 젊은 사람들 못지않은 활력으로 고용주들을 놀라게 하기도 한다.

게다가 최근의 인구통계도 나이 든 사람들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미국 인구 중 20∼34세의 인구는 600만 명이 줄어든 반면 50세 이상의 인구는 1200만 명이나 늘어났다. 인구조사국은 앞으로 10년 동안 50세 이상의 인구가 2100만 명 늘어나는 반면 20∼34세의 인구는 겨우 400만 명밖에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변화에 발맞춰 50세 이상의 재능 있는 사람들에게 눈을 돌리는 기업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금융회사들에 관리직 사원들을 전문적으로 공급해주고 있는 댁 어소시에이츠는 자신들이 일자리를 찾아준 사람들 중 50세 이상인 사람의 비율이 10년 전에는 5%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20%로 껑충 뛰어 올랐다고 말한다.

금융회사들은 나이가 많은 사람들을 직원으로 끌어들이는 것에 특히 커다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심리학자인 켄 다이치월드 박사는 주식시장에 투자된 돈 중 3분의 2를 좌지우지하는 것이 50세 이상의 사람들이고 이들이 자기 또래의 사람들과 상담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다른 분야에서도 나이 든 사람들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출판업계에서 30년 이상의 경험을 갖고 있는 허셀 사빈(75)은 두 번이나 은퇴를 시도했으나 일을 하는 생활의 활기가 그리워서 매번 다시 일자리를 찾았다. 그리고 그 때마다 성공을 거두었다.

현재 페퍼스&로저스 그룹에서 인터넷과 출판 부문을 맡고 있는 그는 다음달에 마케팅 관련 서적과 기사들의 내용을 발췌해서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정보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물론 나이 든 사람들 중에는 새로운 기술이나 전략에 적응하지 못하는 문제를 나타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댁 어소시에이츠의 창업자인 대니얼 크로이터는 "가장 중요한 것은 50세 이상의 능력 있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지혜와 경험"이라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library/financial/062100manage-senior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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