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회사 출범 전망]한빛-조흥-외환銀 "헤쳐모여"

  • 입력 2000년 6월 15일 19시 46분


금융지주회사법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한빛 조흥은행 등 공적자금 투입 은행의 금융지주회사를 통한 합병 골격이 드러나고 있다.

▽금융지주회사 어떻게 탄생하나〓이번 금융지주회사법 시안에 따르면 한빛 조흥은행 등은 일종의 페이퍼컴퍼니인 금융지주회사를 신설하고 기존 주식을 금융지주회사의 신주와 교환하게 된다. 한빛 조흥은 이를 주총에서 특별결의하게 되며 여기에 반대하는 소액주주는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 돈으로 받아갈 수 있다.

교환 시점은 합병회사가 공식 출범하는 날이 되며 지주회사 주식을 얼마나 받을 것인지는 주가에 따라 결정된다. A은행 주가가 B은행보다 2배 비싸다면 주식도 2배로 받는 것이다. 현재 한빛 조흥은행의 최대주주는 정부로 각각 74.6%와 80%의 지분을 갖고 있고 외환은행의 경우 코메르츠가 31.6%, 정부가 32.2%를 갖고 있기 때문에 금융지주회사의 대주주도 정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자회사 헤쳐 모여〓금융지주회사가 탄생하면 기존 한빛 조흥은행의 조직과 인력은 그대로 자회사로 편입되고 은행의 자회사들은 손자회사로 들어오게 된다. 합병의 충격을 우려해 현 체제 그대로 갈 경우 한빛 조흥은행의 주식만 금융지주회사로 옮겨지는 것일 뿐 현 체제와 큰 변화는 없다. 그러나 자회사를 ‘헤쳐 모여’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예컨대 한빛은행의 소매금융 관련 자산과 부채를 조흥은행으로 이전하고 또 조흥은행의 기업부문은 한빛은행으로 옮기는 형식으로 ‘헤쳐 모여’가 이뤄지게 된다. 비록 직접 합병보다는 충격의 여파가 크지 않겠지만 인력과 조직의 수술은 불가피하다. 자회사인 은행이 특화되면 투신운용사 증권사 등도 매각이나 합병을 통해 정리해야 한다.

이어 정부는 금융지주회사의 지분을 국내외 투자가들에게 적극 매각하는 작업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산업자본 지배의 문제와 4% 동일인지분소유제한 문제는 반드시 매듭을 맺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넘어야 할 산도 많다〓일본과 달리 한빛 조흥 외환은행은 서로 차이 없는 업무를 하고 있어 과연 어떻게 특화시킬지가 미지수다. 무엇보다 3개 은행을 합병한 이후 정리해야 할 지점과 인원이 만만치 않다. 2만2000여명의 인원과 1500여개에 달하는 지점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노조라는 장벽을 어떻게 넘느냐는 쉽지 않은 과제다. 또 배드뱅크를 만든다고 하지만 부실채권을 어떻게 처리해나갈 것인지도 금융지주회사의 성공에 관건이 될 전망이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정부시안 문제점 없나▼

정부의 금융지주회사 시안은 ‘금융산업의 대형화 겸업화라는 국제적 추세를 따라잡기 위한 것’이라는 배경설명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논란거리를 안고 있다. 특히 사업자 입장에서 지주회사로 사업구조를 바꾸는 데 따른 이점이 적어 ‘전시효과용 정책’이 될 수 있다는 회의론이 강하다. ▽왜 지주회사인가〓정부는 기업간 ‘화학적 결합’이 어려운 국내 현실에서 △자회사의 전문성과 상호경쟁을 촉진하고 △부실이 전염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다고 지주회사의 장점을 설명.

그러나 14일 열린 공청회에서 국민대 김용재교수는 “국내 지주회사 도입은 부실은행간 구조조정 수단으로 변질됐다”며 “특히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주회사 인가신청시 사전협의 권한을 가질 경우 중복 규제가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서울대 최도성교수도 “지주회사 설립에 앞서 부실금융기관의 퇴출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

▽정부 시안으로 지주회사 육성될까〓정부는 재무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지주회사 부채비율을 100% 이내로 한정하는 한편 금융기관을 자회사로 ‘입양’할 때 지분을 30% 이상(상장사의 경우) 매입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이 여건을 만족시키면서 자회사를 거느릴 만한 금융사는 거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동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지주회사의 최대 장점은 적은 자본으로 여러 금융기관을 지배하는 지렛대 효과인데 정부가 이를 억누르고 있다”고 말했다. 정기영 삼성금융연구소 소장도 자회사간 손익을 합쳐 세금을 매기는 ‘연결납세제도’ 도입 등 인센티브가 부족하다고 지적.

▽재벌들의 지주회사 소유가 허용되나〓시안은 30대 기업집단에서 계열 분리한 지 5년된 금융전업가에게는 은행지주회사 설립을 허용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삼성생명 소그룹이 삼성그룹에서 계열분리된 뒤 5년이 지나면 은행 지주회사 설립을 허용한다는 뜻이다.

정부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은행법상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를 4%로 막아온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재경부는 “분리된 금융소그룹은 이미 산업자본과 무관한 만큼 은행지배를 인정해도 되며 더욱이 추후 5년간 해당 기업집단과 전혀 거래할 수 없도록 안전장치를 두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日은 10개 은행 4개로 통합▼

일본은 96년만 해도 10개였던 은행이 금융지주회사 방식의 통합을 통해 4개 금융그룹으로 완전 재편됐다. 즉 △산화 도카이 아사히은행이 합친 ‘신통합 금융그룹’ △스미토모 사쿠라은행 그룹 △미즈호파이낸셜그룹 △도쿄미쓰비시은행 등 4곳.

우리나라도 일본의 금융지주회사 모델을 벤치마킹해 최근 공적자금 투입은행의 금융지주회사 합병방안을 내놓은 것.

그러나 일본에서도 최근 금융지주회사를 통한 합병이 시간을 끌기 위한 방편일 뿐 시너지효과 등 합병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비판론이 제기되고 있는 상태.

일본의 4개 금융그룹 중 가장 최근에 합병발표를 한 곳은 3월14일 통합발표를 한 신통합금융그룹. 3개 은행의 주주가 보유한 은행주와 지주회사가 발행하는 신주식을 교환하는 형태로 공동지주회사를 만들고 산화 도카이 아사히은행 등을 자회사로 둘 계획이다.

이 세 개의 은행은 산화은행이 수도권과 오사카, 도카이은행이 중부권, 아사히은행이 도쿄와 사이타마현에 기반을 둬 각자 지역기반이 확실하다는 측면에서 시너지효과가 예상됐다. 또 모두 비 재벌계 도시은행으로 통합시 중소기업 대상 대출비율이 65.9%로 다른 금융그룹을 크게 앞선다는 것이 장점으로 지적돼 왔다.

통합작업은 크게 3단계를 거쳐 이뤄진다. 우선 1단계는 소비자금융업무 정보제공서비스업무 등 지주회사 설립이전부터 공동업무를 협력해 간다. 2단계는 2001년 4월 공동으로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3개 은행을 각각 대기업 거래와 국제거래 및 투자은행 업무 등으로 업무를 통합해 나가게 된다. 마지막 3단계는 2002년 4월 이후 통합조직을 별도로 떼 내며 조직수술을 단행하게 된다.

조흥은행 경제연구소의 권완상차장은 “일본에서도 일단 선언은 했지만 점포와 인력을 줄여나가는 것이 쉽지 않고 주력사업을 서로 유치하기 위해 주도권 싸움이 서서히 가시화되면서 일본 내에서도 비판론이 제기되고 있으며 이는 우리도 주목해야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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