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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6월 4일 20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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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경제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주간 경제’ 최근호(7일자)는 ‘인재확보 및 유지의 베스트 프랙티스’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90년대 미국경제 부흥의 주역인 미국기업의 다양한 인재 유치 및 유지 기법들을 소개했다.
이주인 연구원은 “인재를 오래 유지하는 기업들은 △급여 등 물질적인 유인과 함께 △개인의 가치와 회사나 직무에서 추구하는 가치와의 적합성 △상사에 대한 불만족 해소 △사원 재교육을 통한 일의 성취감 증진 등에 중점을 두었으며 채용 방법도 달랐다”고 분석했다.
한때 주식시가 총액이 마이크로소프트(MS)사를 능가해 관심을 모았던 인터넷 접속 장비업체 ‘시스코시스템스’는 약 1만3000여명의 직원 중 60% 가량을 내부 핵심인력의 추천에 의해 채용한다. 존 챔버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도 내부자 추천으로 입사했다. 인력을 채용한 후 기업문화에 적응시키기보다 기업이 추구하는 ‘혁신적인 사고’에 맞는 인재를 뽑는 것.
이 회사의 파격적인 보상시스템과 재교육도 인재 유지의 비결. 전 직원이 입사시 스톡옵션(주식 매입선택권)을 받으며 실적에 따라 급여는 물론 스톡옵션도 늘어난다. 직원들의 주식 보유율은 4.8%. 직원 재교육을 위해 예산의 11% 이상을 투자한다. 이 회사는 대기업이면서도 항상 벤처기업과 같은 활력과 혁신적인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직률도 극히 낮다.
수도 배관, 히터, 에어컨 등의 설치 및 보수를 해주는 ‘미드웨이 서비스’는 직원을 채용할 때 당초 맡겨진 일 외에도 현장에서 필요한 추가 서비스를 언제든지 제공할 의욕이 있는지를 중시했다. 또 뛰어난 기술자의 노하우를 교재나 비디오 테이프를 통해 제작해 지속적인 학습과 훈련의 기회를 제공, 업무에 뒤져 의욕이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했다.
유통업체인 ‘에커레드’는 매장에서 해야 할 일을 비디오 테이프로 제작해 입사 지원자들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지를 가늠할 수 있게 해 입사 후 적성이 맞지 않아 이직하는 사례를 줄였다.
수년간 핵심 인재들이 떠나 고민해온 ‘그리펜’사는 중간관리자들의 진급과 연봉인상 등을 평가하는 요인으로 부하 핵심 인재의 이직률을 포함시켜 인재들의 이직률을 급속히 낮추었다.
‘리노 푸드’사는 ‘직원 교환 프로그램’을 통해 경기가 둔화돼 업무가 줄어드는 시기에는 핵심 인력 중 일부를 주변 지역의 기업체에 파견해 고용불안을 줄이고 다양한 경험을 쌓도록 했다.
‘패러다임 커뮤니케이션’사는 ‘재미를 느끼지 않으면 해고’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옷을 자유롭게 입는다든지, 직원들이 재미를 느끼는 사항이라면 최대한 배려함으로써 장기 근무에 따른 업무 스트레스와 권태감을 줄여 회사를 떠나지 않도록 했다.
이 리포트는 “국내 대기업의 핵심인력이 높은 급여나 스톡옵션 등 금전적 보상 때문만으로 벤처기업 등으로 옮겼다고 보는 것은 잘못”이라며 회사측이 직원들에게 일의 재미와 성취감, 성장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