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문병대 삼성전자고문의 "사모곡"

  • 입력 2000년 5월 31일 20시 05분


"5월6일 내 평생의 반려자를 암으로 저 세상에 보냈다. 아내를 이승에서 다시 만날 수 없다니 가슴이 찢어진다."

삼성전자 문병대(文炳大·59)경영고문이 28년간 의지해온 부인 서영은(徐瑩殷)씨를 떠나보내고 쓴 '사모곡(思慕曲)'이 화제다. 문고문은 곧 발간되는 삼성전자 사보 6월호에 '평생의 반려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내고'라는 제목으로 이 글을 기고했다.

문고문은 이 글에서 평소 자신의 무관심이 아내를 '사지(死地)'로 몰아갔다고 자책한다.

"평소 좀 피곤하고 빈혈 기운이 있다는 말을 흘려들은 게 한이 된다. 건강체질이어서 설마 암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내가 사전지식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아내가 암에 걸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조금만 했어도 살릴 수 있었을 텐데…."

그는 아내가 죽고난 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아내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조의금을 내 생활에 보태 쓰고 싶지 않다. 내 평생의 반려자가 만들어 주고 간 이 소중한 돈을 의미 있는데 써야 한다."

그는 지난달 25일 조의금 1억원을 암예방 캠페인 활동에 기탁하고 자신의 삼성전자 주식도 팔아 암환자 치료비 보조를 위한 '영은사랑 복지기금'을 만들어 서울 서초구 명동교회에 기탁했다. 아내의 죽음이 그의 삶까지 바꿔 놓은 것이다.

글 말미에 터뜨린 그의 사모의 정(情)은 가슴이 뭉클하다.

"이 세상에 부부간 정보다 더 깊은 정이 어디 있으며 부부간 사별보다 더 가슴 아픈 일이 있을까. 이제는 아내에 대한 사랑을 우리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베풀며 살겠다. 하늘나라에 가 있을 아내 서영은권사의 명복을 빈다."

<허문명기자>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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