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따라잡기]현대그룹 자금 사정은 정말 심각한가

  • 입력 2000년 5월 26일 15시 39분


현대그룹은 정말로 시장참가자들의 우려처럼 심각한 자금난에 처해 있나.

현대그룹의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이 이날 내놓은 현대그룹의 자금사정을 보면 현대는 사실 유동성 문제가 심각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외환은행 자료에 의하면 현대계열의 금융기관 총 차입금은 98년말 48조8천억원에서 99년말에는 37조5천억원으로 11조3천억원 줄었다.

이중 현지법인의 차입금 4조6천억원을 제외한 총차입금 32조9천억원의 차입금 구조를 보면 회사채등 장기차입금이 27조7천억원으로 84.3%를 차지하고 있고 기업어음(CP, 3조5천억원)등 단기차입금은 총 5조2천억원으로 15.7%에 불과하다.

또 현대 계열사의 외화차입금은 98년말 137억달러에서 99년말에는 124억달러로 13억달러가 줄었다. 외화차입금중 78%인 97억달러는 만기 1년이상의 장기 외화차입금이다.

외환은행은 이와함께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현대전자등 주력계열사들의 영업실적이 호조를 보이고 있고 지난해 약 15조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장기 안정적인 자금을 확보해 현대 계열사의 유동성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4월18일현재 현대계열의 금융기관 총 당좌한도 1조8천억원중 현재 잔액은 5천억원으로 소진율은 26.2%정도.

우려되는 것은 현대가 이처럼 실제로는 자금에 별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현대의 미래에 대한 불신이 확산돼 만기된 CP나 회사채의 상환 요구가 일시에 몰리는 것이다.

금융감독위원회 서근우 국장도 말했듯이 국내 어느 대그룹이라도 만기 CP등의 결제요구가 한꺼번에 몰려오면 이를 감당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현대의 문제는 유동성이라기보다 신뢰 상실이므로 현대그룹은 하루라도 빨리 외부의 믿을수 있는 기관을 통해 계열사들의 자금 현황을 자세히 알려 별 문제가 없음을 공인받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박승윤 <동아닷컴 기자> park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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